평범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틈틈이 블로그 관리를 하면서 취재,편집 등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좋을 일이다.

때문에 더 많은 기자들이 블로그를 운영했으면 좋겠다.

강원일보 탐사보도팀 첫 기사 3선 시장,군수 재산분석에 이어 두번째 탐사기사 주제는 기업유치 였다.

강원도는 지난해까지 2000년 이후 전국에서 수도권 기업을 가장 많이 유치한 지자체였다.

기업유치 현황에 비해 실질적인 지역경제 상승도는 약하다고 판단한 본보 탐사보도팀은 ‘강원도 기업유치 희망인가 신기루인가?’를 타이틀로 취재에 들어갔다.

‘신기루’.     국어사전을 찾으면 두가지의 뜻을 담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해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사전전 의미로는 ‘홀연히 나타나 짧은시간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탐사보도팀은 강원도가 새롭게 유치한 337개 기업들의 목록을 파악하고, 도내 이전 기업체들을 직접 확인하며 현재 운영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실제 강원도 이전기업체 수는 324개 였다. (377개 중 48개 업체는 기업이전이 아닌, 지역에서 창업한 업체였고, 5개는 중복표기였다)

3달여에 걸친 취재 결과 324개 이전기업 중 정상 가동중인 업체는 141개 였다. 41%,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업체가 정상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101개 업체는 오픈한지 6년이 안 돼 휴,폐업 했고, 82개사는 이전 예전 업체이다.

정상 운영되는 업체 대부분이 고용인원 10~50명 내의 소규모 업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기사가 보도된 후 일부 기업유치 담당공무원들은 극도로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의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열심히 애쓰고 있는데 독려는 못해줄망정 이런 기사를 써야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탐사보도팀이 강원도 기업 유치 실적을 비난하려고 이 기사를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지역 언론으로서 강원도의 활발한 기업유치를 숙고하며 취재를 했고, 오는 기업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전 기업체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고, 튼실한 기업인지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얻었다.

오히려 실무진들의 이같은 욕심이 더 많은 허수를 양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졌다.

아무쪼록 강원도에 유치된 많은 기업들이 기사타이틀처럼 일시적 환상속의 신기루로 남지 않길 숙원한다.

탐사보도팀은 이듬해인 2007년 1월 2007 강원기자상을 수상했다.

앞으로도 더욱 심도 있는 탐사보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그동안 묻혔던 취재일지를 돌이키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오랜만에 지난 일들을 돌아보니 만5년 기자생활에 대한 보람도 느낀다.

강원일보 탐사보도팀은 지난해 1월 구성됐다.  탐사보도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팀이 아닌, 제2사회부 일과 겸직하는 형태였다. 어쨌든 강원지역 일간지 첫 탐사보도팀이었는데, 본보 탐사팀 구성 소식에 중앙의 탐사보도연구회 등 관련 협회에서도 꽤 반가운 모습이었다.

첫 결과물은 2006년 5월1일에 나왔다. 내용은 도내 3선 시장,군수의 재산변화 분석이었다.

1995년부터 11년동안 3선 자치단체장직을 맡은 시장·군수는 강릉 속초 삼척 태백 횡성 정선 양구 등 7명이었다.

재산 변동 사항을 알기 위해 자치단체장 선거가 처음 실시된 1995년 7월부터 2006년 2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변동사항공개목록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집했다.

처음 한번만 재산 전액을 신고하고, 이후에는 증감된 재산만을 신고하기 때문에, 최초 신고 자료를 찾는 것이 이번 취재의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도청 감사관실과 기록물보관실을 수차례 드나들며 초창기 재산공개 자료들을 찾았다.

재산공개 자료를 찾기 힘들었던 몇몇 자치단체장들의 초기 자료를 먼지속 수북한 책자에서 찾았을 때에는 모래밭에서 물을 구한 듯한 쾌감도 느꼈다.

　3선 시장·군수 중 재임기간 동안 규모면에서 가장 많은 재산이 늘어난 자치단체장은 김원창전정선군수였다.

　정선군의회 의장 때인 1993년 공개한 김 군수의 재산액은 9억4,953만7,000원이었다. 2006년 김군수가 신고한 재산 총액은 17억53만4,000원. 김군수의 재산은 재임 기간동안 7억5,099만7,000원(증가율 79.1%) 증가했다.

　조태진전횡성군수는 3선 임기동안 가장 큰 폭으로 재산이 늘어난 자치단체장이었다. 조군수는 취임 첫해인 95년 총 2억1,469만4,000원의 재산을 등록했고 2006년 총 8억7,364만6,000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 6억5,895만2,000원이 늘었다. 11년동안 306.9% 증가했다.

　홍순일전태백시장은 6억1,429만2,000원으로 95년에 비해 115.5%인 3억2,918만3,000만원이 늘어났고 이어 심기섭 전 강릉시장의 재산이 임기동안 총 3억1,434만3,000원 증가, 55.3%의 증가율을 보였다.

첫 탐사보도에 대한 독자 반응은 좋았다. 이튿날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에 잇따라 후속보도됐으며,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사회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다음달 한국기자협회 제189회 이달의기자상을 수상했다.

처음 받은 기자상 이었다.

심사평에는 “강원일보 기사는 3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산변동내역을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심층 보도한 점이 높히 인정된다”고 적혔다. 3선 시장·군수의 재산 변동 내용을 60일간 취재·보도해 부실한 재산공개제도 및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형식적인 검증 등의 문제를 밝혀냈다는 평도 받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재산과의 상관관계 등 보다 폭로성 있는 분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2007년 강원일보 탐사보도 첫 결과물이 나왔다.

남은 달력을 보니, 첫 작품이자 올해 마지막 탐사보도인 것 같다.

강원도의 인구가 많이 줄고 있다는 것은 도민들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번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느  도시에서 어느 도시로 ‘도대체 몇 명이나 움직였나?’ 를 알수 있게 돼 강원도에 적을 둔 많은 독자들로부터 비교적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강원지역에서는 SNA(Social Network Analysis :사회적 관계망 분석) 기법을 사용해 취재한 최초 보도라는 점에 그 의의를 두고 싶다.

그렇다면 SNA (사회 연결망 분석) 란 무엇인가?

왼쪽은 대표적인 SNA 관련보도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포스트의 ‘부시 대선자금 관련 네트워크 분석’ 기사이다. 정치후원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선후보의 자금을 돕는 SOFT 머니의 이동현황을 SNA 작업을 통해 보도했다.

SNA를 활용했기에 선거에서 많은 득표를 하기 위한 사전 포석활동과 527명의 방대한 사조직에 대한 세부 내용의 표기가 가능했다.

오른쪽은 달라스뉴스의  오스카 상 수상자들의 인적 네트워크 현황을 SNA로 분석해 연결망을 나타낸 기사이다. SNA 기법을 응용해 오스카상 수상자들의 인적 네트워크 구조를 트로피모양 별자리로 편집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처럼 사회적관계망 취재기법을 활용하면, 관계망 속에서 개인, 단체간에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지 이해하고, 이들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마 이전에 게재했던 부트캠프 보고서를 참고한다면 다양한 탐사보도 기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원일보의 ‘강원도 인구리포트’ 보도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보다는 훨씬 수월한 작업이었지만, 본보가 선진 취재기법에 첫 발을 디뎠다는데 그 의의를 두고 싶다.

인구리포트의 원천 데이터는 통계청에서 다운받았다.

2000년부터 2007년 7월까지 도내 시,군 인구가 전국 어느도시로 각각 이동했는지 엑셀파일을 확보한 후, 유출인구에서 유입인구를 뺀 순유출 인구를 계산했다.

방대한 통계청 자료에서 취재에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 강원도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했다. 여기에만 일주일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다음 할 일은 지역별 인구이동현황을 계산하는 것.

제2사회부(지방총괄)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강원일보 탐사보도팀의 특성상 방대한 계산작업을 일일이 할 수 없어 외부에 용역을 맡겼다.

한국언론재단으로부터 사전 취재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NA 분석은 관련 전문연구기관인 사이람(주)에 의뢰했다.

사이람(주)에서는 SNA 작업을 마친 결과물을 보내왔고, 마무리 그래픽처리는 조남원부장님을 비롯한 강원일보 디자인팀에서 담당했다.

   < 통계청에서 받은 지역별 인구이동 현황 원천 데이터 >

어느정도 기사 분석에 대한 윤곽이 나오고 이후 폐광지역과 농,어촌을 중심으로 도내 전역에 대한 현장취재에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태백 정선 등 폐광지역이었다.

곧 문을 닫는다는 한보광업소를 찾았다.

“엄청나게 빠져나갔어요.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옛날 광업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현재 서울 지하철 공사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경기도로 이사가 택시기사를 하는 등 모두 외지로 떠나 각자의 길을 가고 있죠.” 김선화태백태안광업주식회사광업소장은 쓸쓸히 말했다.

태안광업소는 현재 47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남은 탄이 많이 않아 광업소가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고정비용 상승과 탄질의 저하, 매장량 한계로 인한 채탄량 부족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태백시의 인구는 또다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작업시간이 끝나 많은 근로자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휴게소에서 쉬고계신 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한분은 끝내 사진 촬영을 거부, 나머지 두분을 주인공 삼아 사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틀동안의 폐광지역 취재가 끝나고 다음주 동해안으로 이동했다. 인구 유출이 가장 심했던 삼척시부터 찾아갔다.

가장 놀라웠던 점이 삼척시의 전신인 삼척군은 1970년초 당시 인구가 30만이 넘었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원주시가 30만 인구를 달성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사실이었다.  시청 관계자들은 “당시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군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1980년 동해안 최대의 산업기지를 만들기 위해 삼척 북평읍과 명주 묵호읍을 묶은 동해시가 탄생하면서 삼척시의 인구수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되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내에 나가면 수시로 상가 간판이 바뀌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설명이다.

시장, 부시장, 부군수, 자치행정과장, 시정담당계장 등 많은 공무원들을 접촉했으나, 멘트로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모두들 비슷한 인구정책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8개 시군 전체에 인구정책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해 자료를 받아본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사화 할만한 튀는 아이템이 없었다. 그저 정부의 SOC 사업 조속추진을 바라고만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번영회장, 새마을지회장, 이장, 바르게살기협의회장, 상가번영회장 등 주민대표들은 모두 인구 감소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보도를 보고 할 말이 있어 전화했다는 강릉의 김모(55·자영업)씨는 “퇴직하고 난 후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찾아봤지만 마땅치않아 정든 고향을 떠날 생각을 하루에서 수십번씩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 경영을 하기 좋은 곳을 만들어 대규모든 소규모든 기업이 유치되고 고용창출이 돼야 사람들도 덜 줄고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삼척 동해를 지나 찾은 곳은 속초 고성 양양 지역이다.

고성 거진항에서 만난 주민 정우철(47)씨는 “30년 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명태가 그럭저럭 잡혔는데 최근 5년여 전부터는 급격히 어획량이 줄어 지금은 동해 명태를 구경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명태 축제가 열릴 정도로 주산지였던 고성에서마저 명태 어획량이 줄었다는 것은 어민들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음을 뜻한다.

거진항의 남자들은 배타고 나가 고기를 잡고, 주부들은 그물에서 건진 고기들을 뜯어 통에 담고 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침 양미리떼가 몰려와 어민들에게 쏠쏠한 일거리를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는 우리와 외모가 약간씩 다른 필리핀에서 왔다는 몇 명의 외국인주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시어머니쯤으로 보이는 한분은 “필리핀 아낙내들 사진 좀 잘 찍어 달라”고 했다. 한국에 시집와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른 아주머니가 “그럼 신문보고 아이고 내 딸, 한국가서 잘 살라고 시집보냈더니, 생선이나 뜯고 있네 그러면 어쩌냐 ”고 말해 한창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취재 나온 기자의 모습 자체를 이들은 소소한 잔 재미로 여기고 있었다.

이번 보도는 전문가들의 좌담을 끝으로 종료된다.

가장 일을 많이하신 유병욱팀장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지방 취재 때마다 도움을 주신 지역 곳곳의 주재 선배님들과 편집부와 디자인팀, 한국언론재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더 멋진 탐사보도를 꿈꾸며 손을 턴다.

 정선 국도를 지나다 태고적 경치에 차를 세우고 한 컷.

 첨부 (춘천권 원주권 영동권 인구이동 현황)

탐사저널리즘과 지역신문의 활용 방안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팀의‘탐사저널리즘의 최근 동향과 지역언론의 활용방안’연수가 6월6일부터 19일까지 14일동안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와 미주리 콜롬비아 시티에서 있었다.

사전 국내연수는 5월30일부터 6월1일까지 3일동안 서울 프레스센터 교육실에서 탐사보도의 개념 및 엑셀 및 엑세스 기본기 중심으로 진행됐다.

미국 연수는 크게 3가지 테마로 진행됐다. 첫째 미국탐사보도기자협회(IRE: 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컨퍼런스 참가, 둘째 IRE 센터(미주리대 소재)의 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컴퓨터 활용보도) 교육 부트 캠프, 셋째는 미국 언론사 및 각종 기록박물관 탐방 이었다.

1. 세이모어 허쉬, 그리고 탐사보도

전체 17일동안 진행된 이번 연수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꼽으라면 ‘미국 탐사보도협회(IRE, 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 inc)' 컨퍼런스 중 있었던 ‘허쉬와의 대화’시간이었다.

 <사진> 탐사저널리스트 세이모어 허쉬와 필자

  세이모어 허쉬는 미국에서 전설적인 탐사저널리스트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허쉬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에 미군이 베트남의 밀라이 마을에서 저지른 양민학살 사건을 최초로 폭로했다.‘미라이 양민학살’보도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 철군 여론이 확산되게 된다. 이 기사를 통해 허쉬는 최고의 기자상인 퓰리처상을 받게된다. 역사 속 감춰졌던 사실을 과감히 끄집어 내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새로운 기록을 양산한 것이다.

1937년생으로 올해 만 70세인 세이모어 허쉬는 미국 언론인 주간지 ‘뉴요커’에서 지금도 현장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세미나 때 “지금도 데스크는 무섭다”는 말을 해 자리에 있던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세이모어 허쉬의 ‘미라이 양민학살’ 사건보도와 같이 관계자들이 감추고 싶은 심각한 문제를 마치 탐정이나 수사관처럼 장기간에 걸친 조사와 자료수집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의 전형이다.

최근에는 CAR(Computer Aided Reporting)보도와 SNA(사회관계망 분석, Social Network Analysis), Mapping 등 다양한 보도 기법이 적용되고 있다.

2. 탐사보도란 ?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의 정의는 무엇인가. 가장 쉬운 주제이지만 이번 연수에서 가장 이해가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보통 탐사보도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를 활용한 보도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CAR 활용보도가 탐사보도의 모든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CAR는 탐사보도 기법의 일부에 불과하고 탐사보도를 하기위한 도구이자 하나의 취재기법일 뿐이다.

미국탐사기자 및 편집인협회(IRE)는 탐사보도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자 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파헤쳐 보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와함께 기자가 직접 탐사할 것, 주제는 독자가 일반적으로 인정할 정도의 중요성을 가질 것, 개인이나 기관의 은폐 시도가 있을 것 등 세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인들은 컴퓨터 활용 보도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도 함께 보였다. 콜롬비아시 미주리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데이비드 허조그 교수는 “컴퓨터 활용은 탐사보도의 출발점이며, 본격적인 취재는 컴퓨터 활용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스컴용어사전’에 따르면 탐사보도는 “사실은 진실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명제 하에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언론보도방식, 특히 정부나 관리 또는 기업 등의 부정부패를 언론기관이 독자적으로 조사, 취재하여 깊이 파헤쳐서 폭로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좋은 기사 하나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과 정부 정책이 같이 맞물려서 돌아가야 한다. 결국은 사람인데 CAR 등 아무리 좋은 취재기법이라 할 지라도 기자의 열정과 정의로운 분노가 없이는 탐사보도가 이뤄질 수 없다.

3. 미국탐사보도 협회 IRE

지난 1976년 2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한 기자가 제보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에 설치돼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면서 사망했다. 그는 '애리조나 리퍼블릭'신문의 돈 볼리스(Don Bolles)였다.

볼리스는 지역마피아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가 죽은 뒤 지역의 동료기자들과 언론관련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그가 하던 취재를 이어나갔고 결국, 그를 죽인 범인들까지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1977년에 미국 탐사보도협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올해 애리조나 빌트모어 리조트에서 30주년 컨퍼런스가 열렸다.

전세계 34개국에서 95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돈볼리스를 기리는 기념행사와 함께 미국의 최근 심층보도 경향이 소개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탐사보도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 IRE라는 튼튼한 커뮤니티를 일궈내 탐사기자 간 정보공유와 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탐사보도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점도 감명 깊었다.

각 신문사들마다 자신들이 장기간에 걸쳐 발표했던 탐사보도물을 재프린트해 배포했는데 그 분량이 굉장히 많아 귀국할 때 큰 가방을 하나 더 사야만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에서도 3건의 발표가 있었다. 부산일보 이병철 기자는 SNA 기법을 통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정치후원금 지원 현황 조사 보도를 중심으로, MBC의 최승호 PD는 황우석 박사 사건에 대한 'PD수첩'의 취재에 대해, 중앙대 이민규교수는 ‘한국의 CAR 보도 과거,현재,미래’를 주재로 각각 발표했다.

3. 지역신문과 탐사보도의 중요성

오늘의 신문이 방송과 각종 인터넷 매체에 비해 속보성에서 뒤지고 있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언론은 앞 다퉈 속보경쟁을 했다. 이 과정에서 미처 확인되지 않은 오보가 다수 양산되기도 했다. 지역신문의 경우 당일 ‘땟거리’찾기에 급급하면서 기획이란 작업에 대해 소홀히 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 등 뉴 미디어가 등장하고 미디어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컴퓨터활용취재(CAR : Computer Assisted Reporting)를 이용한 탐사보도’가 기자에게 새로운 취재기법으로 부각하고 있다. 퓰리처상과 IRE 수상작이 대부분 CAR를 활용한 탐사보도 일 정도로 널리 확산돼 있다.

또 언론에 대한 불신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탐사보도의 당위성을 증명한다.

미국 IRE의 제프 포터 데이터베이스 라이브러리국장은 “미국에서 탐사보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중앙지에 비해 취재인력이 부족하지만 지역 실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지역신문의 위기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탐사보도가 대두되고 있다.

이번 연수에서 황우석 관련 보도 발표로 세계 언론인들의 눈길을 끈 최승호 MBC PD는 “우리나라 언론은 최근들어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자사 이기주의에 빠지고 자신의 논조에 함몰되는 결과를 많이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청자와 독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탐사저널리즘은 언론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독자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탐사보도를 위해서는 기자 개개인들의 기량 또한 더욱 발전해야 한다.

독자는 또한 탐사보도에 관심이 있다. 독자는 심층 분석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을 펼치기도 한다. 매일같이 부처 등에서 나오는 발표성 기사는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기사라도 더 깊이 파고들어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 내야 한다.

4. 미국의 탐사보도 사례들

(1) 디트로이트 뉴스 - 노인들이 생활하는 너싱홈에서 영양실조 또는 탈수증으로 사망하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노인들의 수가 급증한다는 사회적 사실을 간파하고 분석 기사를 만들었다. 노인들의 탈수 및 영양실조 원인은 케어복지사들의 업무태만에서 온 것이었고,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너싱홈의 케어복지사 수를 줄임으로써 서비스가 점차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했다.

(2) 썬 센티널신문 - 지역내 총기 허가증 발급비율과 총기사용 구속률 등을 분석해 GIS(지리정보시스템)로 보도했다. 총기허가증 발급 지도를 놓고 그 데이터 위에 총기사고 구속률 지도를 교차분석하는 방식으로 취재했다.

(3) 달라스뉴스 - 부시 대통령이 각 학교별 성적을 놓고 학교성적이 나쁘면 교장을 퇴직시키겠다는 정책을 내 놓자, 각 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 또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을 시험시간 아예 배제하는 등 변칙적인 운영을 하며 성적을 조작해 온 사태를 취재했다.

(4) ABC뉴스 - 각도시별로 어느 대학교의 범죄율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2003년과 2004년의 대학 자료를 바탕으로 취재한 이 보도는 강제적인 성폭력이 대학교 내에서 대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어느 지역에서 심하게 나타나는 지를 알 수 있게 했다.

(5) 시카고 선타임즈 - 장애인 주차증의 불법사용 실태를 분석한 탐사보도 기사. 사망한 장애인의 주차증을 그대로  임대받아 사용하거나 무단으로 장애인주차증을 발급받은 사례들이 대다수 있음을 확인했다.

(6) 뉴욕 타임즈 - 지역별 대출신청자 현황을 GIS 로 분석했다. 인종, 주소 대출 이자율 대출금액 등 원천 데이터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소수인종 및 흑인 들의 소유주택 가구수가 점차 감소하고,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부유층에서 저소득층 대출을 오히려 많이 받고 있음을 파악했다.

(7)OC 레지스터 - 켈리포티아 교통부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정작 필요하지도 않은 땅을 대거 구입함으로써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켰고, 결국 공사를 하지 않아 주민들만 피해를 입은 사례를 취재했다. 또 정부의 불합리한 공사 형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8)워싱턴 포스트- 지역의 범죄발생 비율을 GIS로 분석하고, 왜 특정지역에서 범죄 발생비율이 높은지를 취재했다. 또 도심지의 인근에 유괴범 등 흉악범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맵핑 활용보도를 통해 지도로 표시했다. 범죄가 주로 어디에서 발생하는 지도 알 수 있다.

(9)아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 농가지원보조금의 사기행위를 취재했다. 취재결과 정작 필요한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보조금이 수십억달러를 소유한 부유층 등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광범위한 농가 장려금 거래현황 데이터를 탐사취재 했다.

(10)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취 - 미주리와 일리노이스 지역 댐의 현재 상태들을 보고하고 안전성 검사결과를 파헤친 기사. 미국에서 사유재산화 되어있는 댐 붕괴 시 국가 차원의 비상대책은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조사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비상대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11)WV 가제트 - 웨스트 버지니아 지역 공장에서 매년 1,200파운드 이상의 수은 및 독극물 등을 배출한 실태를 취재했다. 대다수의 석탄 발전소에서 위험물질 배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해당 지역에서 수은중독 피해주민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었다.

(12) 하워드뉴스서비스 - 미국 미식축구 선수들이 체중을 점점 키우려고 노력하다 결국 비만으로 숨지는 선수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보도했다. 사망한 풋볼선수들의 질병보고서에 대한 원천데이터를 확보하고 통계를 내 탐사보도했다.

(13)더 뉴스앤 옵저버 -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한 교량의 안전성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원인부터 사건의 배경까지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교량 건축 회사의 로비에 의해 주정부에서 날림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고, 공무원들 역시 교량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14)달라스 모닝뉴스 - 연방 지역 주 의 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트레일러를 장착한 대형 트럭의 사고비율이 높다는 것을 밝힌 기사. 취재결과 최근들어 불법이민자 등 자격이 없는 트럭운전사들의 채용이 급격히 늘었으며, 과다한 운전시간, 언어미숙으로 인한 표지이해부족 과로 등으로 인한 사고가 대다수 임이 파악됐다.

(15)로스엔젤레스 타임즈 - 조기 출소된 재소자들이 다시 구속돼 교도소로 들어오는 비율을 분석한 탐사보도 기사. 주정부의 예산부족으로 인해 교도소 시설이 점점 부족해지고, 많은 교관도 둘 수 없게 돼자 조기출소 비율이 점점 높아졌고, 조기 출소자들은 다시 범죄를 거듭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됐다.

(16)세인트디터스버그 타임즈 - 지역의 사라지는 습지대를 맵핑 작업을 통해 보도했다. 보존해야할 엄청난 면적의 습지대가 사라지고 있지만 당국은 이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1990년대 이후 8만4,000㎡의 습지가 사라졌고 그 자료화면을 비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쉽게 전달했다.

(17)스타텔레그램 - 부상당한 전역군인들이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취재한 기사. 전체 340만 명의 부상 전역군인 중 1만3,000건 이상이 복지기금 받기를 기다리다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해 버렸고, 5만명 이상의 전역군인은 장애인으로써의 아무런 보상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18)오레고니언 - 정부의 약물반입금지 규제 약화로 젊은이들 사이에 약물중독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을 분석했다. 그래프를 통해 시간별로 수입된 화학제품의 양과 약물중독 사례의 증가 비율을 표시했다.

(19)필라델피아 인커리어 - 전체의 1/3 정도의 학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위해 학교성적을 조작한 사건을 취재했다. 같은 시험을 놓고 몇몇 학교의 성적이 눈에 띄게 높은 현상이 반복되자 성적부풀리기 의혹을 취재했고 이 사건에 교장, 학생, 공무원 등 다수의 공직자들이 연루되어 있음을 파헤쳤다.

(20)USA투데이 - 지역 병원에서 심장발작 심장마비 등 심장관련 진료 시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을 꼬집은 기사. 특히 저소득층 진료시에는 이 규칙을 더욱 지키지 않아 사망률이 더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국가에서 제공된 데이터베이스와 병원별 평가보고서가 사용됐다.

(21)워싱턴포스트 - 정치후원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선후보의 자금을 돕는 SOFT 머니의 이동현황을 SNA(사회 연결망 분석) 작업을 통해 보도한 탐사기사. 선거에서 많은 득표를 하기 위한 사전 포석활동과 527명의 방대한 사조직에 대한 세부 내용이 표기되고 있다.

(22)달라스뉴스- 오스카 상 수상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SNA로 분석해 연결망을 표시한 기사. 오스카 상 수상자를 중심으로 한 주변인들과 공로자 등의 네트워크를 보여주고 있다. SNA 활용 보도는 그동안 많이 접했으나, 오스카상 트로피모양 별자리로 편집한 것이 이채롭다.

(23)헤럴드 트리뷴 - 대형 허리케인의 발원지가 어딘지를 분석한 기사. 태풍들의 움직임과 흐름, 태풍 종류에 따른 피해와 그에 따른 손실 정도 등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5. 탐사보도팀 구성 및 운용

이번 연수 때 방문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St. Louis Post-Dispatch)는 발행부수 30만부(주말판 50만부) 정도되는 지역신문이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구 사옥 맞은편에 최근 최신형 윤전기와 배달시스템을 갖춘 새 건물을 준공하고 운영이다.

포스트 디스패취에는 현재 2명의 탐사보도 기자가 탐사기획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취재기자들도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언제든 그 아이템을 들고 탐사보도팀에 합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데스크에서는 탐사취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일반 기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유동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탐사보도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기존 부서로 복귀해 데일리 뉴스에 집중할 수 있다.

포스트 디스패취의 경우 취재기자들이 출입처에서 일반 취재를 하다 큰 사안 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아이템이 있다면 즉시 탐사보도팀에 보고한다. 탐사보도팀장(Assistant Managing Editor)은 기자에게 1주일 동안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명령하고, 그것이 탐사보도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다시 일주일씩 보강취재를 해 나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간다. 팀장은 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등 정보 수집에 전력을 기울인다.

한국의 대다수 지역신문에서 탐사보도팀을 구성하기 힘든 것은 언론사의 인력난 때문이다. 탐사 보도를 위해 장시간 여러 명이 투입된다면 그 자리를 다른 기자가 메워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커지게된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탐사보도팀의 별도 구성도 필요하긴 하지만 모든 기자를 탐사기자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또 탐사보도 취재가 마무리되면 기사를 완성하고 별도 섹션으로 편집을 하는데, 시의성에 연연하지 않은 기사이기에 차후에도 꾸준히 해당 보도에 대한 추가 인쇄를 할 수 있다. 또 특종기사의 경우 지면뉴스보다 온라인 인터넷 뉴스룸을 통해 3일정도 먼저 기사를 올리고 3일 후 신문에 게재하는 것도 특징이다.

탐사보도에서는 한 가지 기사에 대해 팩트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을 거시적으로 보고 하나의 현상으로 파악, 독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엑셀 엑세스 등 프로그램을 자유로이 다뤄야 함은 기본이다. GIS(지리정보시스템) SNA(사회관계망분석) 등은 옵션이다.

또 글쓰기의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존의 기사 틀을 과감히 깨뜨리는 ‘변화된 글쓰기 양식’이 적용되기도 한다. 예를들면 “제임스는 꿈에 그리던 야구선수 주장이 되기 하루전날인 6월24일 오후8시 누군가가 쏜 총에 의해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등과 같은 리드 문장도 발견할 수 있다.

6.탐사 보도와 원천 데이터

IRE 컨퍼런스에서 사회적 관계망 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관련 발표를 한 부산일보 이병철기자는 SNA 활용 보도를 비롯한 탐사 취재 시 가장 큰 핵심은 ‘원천데이터 확보 및 정확성’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비롯한 기업체의 공공데이터베이스 부족과 이들의 정보공개 기피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주어진 기사만 쓰는 기자들은 생명력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

탐사보도를 할 줄 아는 기자와 그렇지 못한 기자의 차이는 어떻게 정보를 얻어내느냐, 주어진 문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기자들이 문서를 분석하고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굳이 탐사보도팀이 별도로 존재할 이유도 없다. 기자 모두가 심층기사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 탐사보도 시 유의점

△철저한 사전 검색과 보도 방향에 대한 반론 및 반대 시각에서의 재검증 작업을 펼쳐야 한다. 선입견으로 기사를 몰아가려는 태도는 금물이다.

△정확한 취재원과 과학적 증거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전화 통화기록, 계산서, 계약서, 회의록, 회계장부 등이 그 보기다. 자료가 확보되지 못하면 설득력 있는 기사를 쓰기 어렵고, 기사에 대한 반발자의 문제 제기에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

△보도로 인해 공격을 받는 권력집단에 의한 소송이나 물리력을 동원한 보도 저지라는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탐사 보도 기사에선 특히 이런 경향이 심하므로 미리 이를 예상하고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

△발견한 사실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검토가 필요하다. 정확성과 명확성이야말로 탐사 보도의 제1요건이다. 취재는 물론 기사 작성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전문가의 견해나 연구 결과를 적절히 추적 보도해야 한다. 탐사 보도물의 논지를 명확하게 해줄 뿐 아니라 기사의 신빙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

△독자의 이해를 위해 하이라이트 박스, 도표, 그래프 등을 적극 활용한다. 언어적 시각적으로 복잡한 기사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데 기여한다.

△추적과 탐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독자가 이해하는 수준의 기사 전개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발견된 증거를 한꺼번에 쏟아놓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취재 대상의 저항에 맞서 후속 보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재기자는 도덕성과 기자윤리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기자 개인의 약점을 파헤치는 방법으로 반격해올 수 있다. 취재 역시 불법적 수단으로 취재하는 것은 금물. 탐사보도의 경우 특히 취재의 어려움 때문에 불법적 취재의 유혹을 받기 쉽다.

△발견한 증거나 폭로 내용에 대해 반드시 취재 대상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탐사 보도에선 상대방이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회를 주어야 한다.

7. 연수를 마치고

이번 연수를 통해 전국 각지의 많은 기자들 및 지역신문발전위 관계자들과의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점이 큰 소득이었다.

연수를 마치면서 한국에서 IRE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할 경우 더욱 상승효과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수의 인원이 미국 현지에 가서 보고 듣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서 우리말로 번역된 더욱 알찬 세미나 형태로 진행한다면, 더욱 많은 참가자들에게 효과적인 탐사보도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듯 하다. 일반 평 기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데스크 및 간부급의 마인드 혁신도 함께 이룰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미국 유력일간지의 탐사보도기자 또는 IRE 연구원 등을 섭외하고 전국의 탐사기자 지역신문기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갖는다면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연수의 전반적인 내용은 좋았지만 현지 언어 문제로 힘들어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특히 엑셀 엑세스 등의 부트 캠프의 경우에는 한국어로 집중적인 수업을 받는 것이 더욱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세미나 참가, 수업 진행 등 수동적인 프로그램도 좋지만 기자들 스스로가 아이템을 발굴해 자체적인 프로젝트을 완성해가는 능동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천세익언론재단지역신문지원팀장과 김성완전문위원 그리고 현지에서 고생한 많은 언론인들과 언론지망생, 동행한 지역신문 기자분들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진>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팀 ‘탐사저널리즘의

최근동향과 지역언론의 활용방안’연수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