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다시 기회를 잡은 메이저리그 선발등판. 하지만 박찬호(뉴욕 메츠)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박찬호는 1일(이하 한국시간)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경기에 올시즌 첫 선발등판에 나섰지만 4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 6안타 7실점을 내주고 0-7로 뒤진 4회말 대타와 교체됐다.
이날 메츠는 9-6으로 패했고 박찬호는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평균자책은 15.75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박찬호의 투구수는 73개였고 스트라이크는 39개였다. 삼진은 3개를 잡았고 볼넷은 2개를 허용했다.
올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박찬호는 이날 기존 선발 올랜도 에르난데스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선발등판이 결정됐다. 박찬호로선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부활을 위한 중요한 일전이었다.
3회 2사까지는 완벽했다. 마치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듯 힘있는 빠른공과 낙차 큰 커브로 플로리다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초에는 강타자 미겔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잡기도 했다. 1,2회 모두 삼자범퇴에 삼진을 하나씩 빼앗았다.
8명 연속 범타처리하던 박찬호는 3회초 2사후 첫 안타를 허용했다. 투수 스콧 올센에게 다소 방심한 탓인지 중전안타를 맞은 것. 투수에게 안타를 내준 것이 영향을 미친 듯 박찬호의 제구력은 급격히 흔들렸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헨리 라미레스를 출루시킨데 이어 댄 어글라 마저 볼 4개로 1루까지 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다.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플로리다 간판타자 미겔 카브레라. 볼을 연속 9개를 던진 박찬호는 힘겹게 제구력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결국 카브레라에게 아쉬운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2루수 데이먼 이즐리가 처리할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이즐리가 그만 공을 글러브 안에 넣지 못하고 떨어뜨리는 바람에 안타로 연결됐다.
박찬호의 불운은 계속됐다. 계속된 2사 1,2루 위기에서 이번에는 마이크 제이콥스가 친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와 2루수,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로 이어져 박찬호는 또 한점 실점했다. 수비진들의 사인이 제대로 안맞으면서 어이없는 안타가 됐다.
다음타자 조쉬 윌링햄의 빗맞은 우익수쪽 플라이 타구는 우익수 션 그린 앞에 떨어졌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에 들어오면서 박찬호의 실점은 5점으로 늘어났다. 연속 볼넷이 대량실점의 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수비의 엉성한 플레이는 박찬호의 발목을 잡았다. 3회에만 공을 36개나 던졌다.
4회초에도 시련은 멈추지 않았다. 1사후 박찬호는 다음타자 알프레도 아메자가에게 초구에 밋밋한 빠른공을 던지다 홈런으로 연결됐다.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박찬호는 2사후 다시 라미레스에게 또다시 가운데 높은 빠른공을 던져 좌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홈런을 친 두 타자 모두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박찬호의 안일한 승부가 아쉬웠다.
결국 박찬호는 4회말 타석때 대타 루벤 고테이와 교체됐다. 경기 초반 8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했던 모습을 감안할때 이날 결과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메츠는 박찬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타선이 폭발해 추격전을 벌였지만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9-6으로 패했다.
한편, 부상자명단에 오른 올랜도 에르난데스의 등판스케줄을 박찬호가 소화한다고 가정할때 박찬호의 다음 선발등판은 오는 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이 될 전망이다.
마이데일리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