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강원일보어린이합창단 송년 음악회(합창과 어머니)

  강원일보가 육성하는 어린이합창단 정기 공연이 있었다. 구내식당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어린이신문을 준비해 공연장인 한림대학교 일송아트홀로 향했다.

  합창단자모회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사하게 맞이해줬다. 어린이들의 잔치는 곧 어머니들의 잔치이기도 하다. 안내를 위해 똑같은 한복을 준비한 어머니들의 성의가 고마웠다.

 한 학부모가 “자신이 이렇듯 떨리는데 공연할 아이는 얼마나 떨릴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없어진다. 새로운 일을 접하는 일도 쉽지 않고, 접한다 해도 두근거리는 정도가 많이 약하다.

 지금 대학생과 예비 대학생인 두 딸도 어린이합창단 출신이다. 연습 장소까지 매주 차량운행을 해주었고, 정해진 당번 일에 맞춰 간식을 제공했었다. 합창단원 자격이 고학년인데, 1학년짜리 둘째 딸에게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하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공연 때마다 셋째 아이를 데리고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비디오카메라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던 그 시절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그래 그때가 좋았지.

 공연이 시작되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신경 쓰였지만 어김없이 공연은 시작되었다. 우리 어린이들은 앞으로의 있을 한 두 시간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군악대의 연주, 남성 중창단 보이스 포 맨의 열창, 동화구연을 곁들인 백설 공주 합창, 예부룩 앙상블이 계속됐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빈자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박수를 쳤다.

 공연 중 내 옆자리에 열 대 여섯 살쯤 보이는 장애를 가진 자녀를 데리고 한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분은 무대조명이 끝나고 합창단원이 들고 날 때마다 자녀의 귀에 대고 “들-어-온-다” “나-간-다”등의 귓속말을 쉬임없이 해 주었다. 미리 준비해 온 먹을거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아이의 입에 넣어주는 일도 계속됐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열심히 박수치는 자녀를 보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아까 공연 관람가자고 했을 때, 신발 신으면서 신경질 냈지. 와 보니 어때. 오길 잘했지, 좋지 그치”

“ ”

 아이의 대답과 상관없이 어머니의 질문은 계속됐다. 자녀는 신이 났는지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제법 크게 쳤다. 박수를 치면서 가끔 나를 힐끔 힐끔 쳐다봤다. 내 시선이 혹 그 아이의 감성을 건드릴까 싶어서 고개를 무대로만 향하고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아이도 덩달아 오래까지 박수를 쳤다.

  어떤 어머니는 단상에 세운 아이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또 한어머니는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자녀의 정서에 도움을 되고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지휘자가 무대를 떠나자 앵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대를 떠난 지휘자가 다시 나와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앵콜 곡 준비 안했습니다” 씩씩한 고백이었다.

어린이합창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신선함이었다. 조금 전에 들었던 곡을 다시 들으면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