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명동엔 겨울연가촬영지로 꽤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분식집이 있다. 모처럼 점심시간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가게안은 한가했다.

잠시 후

70대 노인이 찐빵 천원어치를 주문했다. 주인은 찐빵 두개를 비닐봉지에 담더니 천원어치는 식당안에서 먹을 수 없으니 다른곳에 가서 먹으란다.

찐방을 받아든 노인이 주인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뿌적뿌적 가게안으로 들어선다. 주인은 이곳에서 먹으려면 나무젓가락 등은 쓰지 말라고 핀잔이다. 노인은 손으로 찐빵을 집어들더니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집어넣는다.

천원짜리 손님은 물 먹을 권한도 없나보다. 저렇게 구겨넣다가 무더위에 배탈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물을 떠다드릴까. 아니면 국물있는 무언가를 시켜드릴까.  노인이 잘못받아들인다면 오해 할 것 같아 이내 시선을 옮겼다.

그때  노인이 주인에게  물을 먹을 수 없냐고 묻는다. 마른입에 구겨넣은 찐빵. 목이 메이셨나보다. 늙기도 서러운데 분식집에서조차 박대다. 주인장 셀프를 운운하길래, 얼른 일어나 물을 한컵 떠서 노인에게 갖다 드렸다. 노인은 예전에 이곳에서 빵 많이 사먹었다고 혼잣말처럼 읊조린다.

셀프야 젊은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가게가 바쁜것도 아니고 노인에게 그렇게까지할  필요가 있을까? 가게안 벽면에 연인과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그들과 함께 사진 찍을 때 처럼은 아니더라도 친절하게 노인을 대할 수는 없을까.

이고진 저늙은이 짐벗어 날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서럽거든  짐조차 지실까

이곳은 춘천인근 지역 아낙들은 춘천에 장을 보러나왔다가 이곳에 들려 허기진 배를 채운 나름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노인도 그중 한분이셨을터인데 쌈지돈 꺼내 추억을 맛보려다 문전박대를 당하는것 같아 점심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