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걸어서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춘천 석사천변과 약사천변을 걸어서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소요. 출근길 아침 표정을 읽는 것 또한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지각이 염려되는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삼삼오오 자전거를 타고 찬바람을 휙휙 일으키며 스쳐가는 학생들.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잘 차려 입은 양복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 선그라스를 낀 신사가 해를 가리기 위해 쓰고 다니는 검정색 우산도 볼거리다. 푹 눌러쓴 모자에 안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쓴 여인, 그런가하면 짙은 색깔의 커다란 선그라스를 쓰고 하얀 양산을 쓰고 투벅투벅 걷는 여성도 있다. 아마도 쌍거풀 수술을 했을 거라고 미뤄 짐작해보지만 꽤나 오랜 기간을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내 추측은 빚나간 모양이다. 팔을 과도하게 앞뒤로 흔드는 사람, 애완견에 이끌리듯 잰걸음을 하는 사람, 각가지 상황대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출근길을 매력 있게 한다.

　같은 시간대를 오가다보면 일정한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아이와 함께 걸어서 등교 하는 어머니가 인상적이다. 나름 아이의 체력도 기르고 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여간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처음에 나란히 손잡고 걷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뒤쳐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책가방은 어느새 어머니 등에 매달렸고, 아이는 먼발치서 돌부리도 차고, 풀도 뽑으며 어머니의 성화를 듣는다.

　어느 날 우연히 두 모자의 말을 엿듣게 됐다.

　“엄마, 나무가 하는 일은 어떤 게 있어요.”

　“숙제니, 인터넷 찾아봐

　“우리 선생님께서 나무가 하는 일은....”

　“선생님이라고 다 잘 아는 것은 아냐, 인터넷에 다나와 있어

찾아보라니까.”

　질문을 계속하던 아이가 어머니의 대꾸에 항복하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알았다니까요”

　인터넷이 낳은 현실이 이 아침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