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소포가 하나왔다.

숫자가 큰 달력을 뒤집어서 포장한 한권의 책이다. 발신인을 살펴보니 지난 8월 말 정년퇴임을 한 교수님이 보내주신 것이다.

선생님께서 보내신 달력포장지는 국민(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교과서에 포장해주신 그것과 똑같았다.

나는 한동안 포장을 뜯지 못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포장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책을 꺼냈다.

정년을 기리며 제자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 중 일부를 발췌해 책자를 만들어 선생님께 헌정한 책을 내게 보내주신 것이다,

선생님께서 메모한 내용을 보니 [글 중 이름이 언급된 사람을 생각하던 차에 생각이 나서 보낸다]고 하셨다, 내 이름이 언급된 부분은 선생님의 책 유기화학 연구실에서의 만남 의 112쪽 재확인만 하는 우리 농촌의 문제’에 게재됐다.

그날은 지금부터 7년 전인 2005년 5월 26일. 선생님은 모교인 부론초등학교 후배들을 춘천으로 초대했었고, 기관을 견학하는 어린 후배들의 소극적이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하셨다.

[본문]

그런데 일이 잘되려고 그랬는지 그날 강원일보사에 갔을 때 어린이강원일보 안윤희씨가 “혹시 저녁 시간에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없다면 그분이 최근 대만을 방문하여 어린이 지도자 육성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것을 바탕으로 8시부터 약 한 시간 반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인솔교사 선생님들께 물으니 밤 시간을 위한 계획은 없다고 하였고, 마침 두산콘도에 약 4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 룸이 비어 있어서 그 방을 빌려 놓고 안윤히씨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분의 봉사로 추가 경비를 한 푼도 더 들이지 않고 정말 유익한 추억거리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중략]

  선생님은 1996년 자신의 모교인 원주 부론초교 어린이들을 춘천으로 초청했었고, 이런저런 사유로 미뤄지다가 2002년부터 다시 모교 후배들을 춘천으로 초대하셨다. 사비를 들여 버스를 대여하고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교환교수로 해외 나간 1회를 빼고 정년퇴임해인 올 5월까지 춘천나들이는 계속됐다. 나와는 8년 전의 인연으로 1년마다 한 번씩 7회의 만남을 가졌다.

  선생님은 부론초등학교 재학생시절 서울에 사는 사촌형이 교복을 입고 원주를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 때 서울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여 유학을 하게 되었고 또 꿈을 키웠기에, 자신의 모교후배들에게 견문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다.

 선생님의 남다른 후배사랑은 분명 튼실한 열매를 맺으실 것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