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늘 안과 정기점검을 받았다. 2004년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후 비교적 좋은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휴우증으로 염려되는 백내장 등의 초기발견을 위해 정기점검을 받고 있다.

이른 아침 서둘러 기차를 타고 또 전철을 바꿔타고 3시간만에 병원에 도착한다. 동공을 확장시키기위해 두번에 걸쳐 안약을 넣고 병원안에서 기다리는 시간만 1시간, 그러나 검진 1-2분이면 족하다. 검진을 할 때쯤이면 늘 눈이 불편해질 쯤이어서 긴장한다. 전문의의 괜찮다는 말한마디에 안도하며 오던 길을 되돌아온다.

나는 망막박리를 발견하고 즉시 수술을 했고,  지금은 정상시력을 회복한 상태다. 작은 글씨를 볼 때 돋보기를 써야하는 불편은 있지만 감사하다. 눈 건강할 때 책 많이 읽고 열심히 배워야지.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게을렀던 것이 아쉽다..

망막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 즉, 물체의 상이 맺히는 부분으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아주 얇은 막으로 눈에 중요한 부분이다. 망막 박리는 망막이 일부 또는 전부가 벗겨지는 현상이다. 망막박리의 치료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그렇지 않고 오래 방치할 경우 대부분이 실명하게 된다고 한다. 망막의 박리가 일어나면 시야의 결손이 나타나고, 박리가 진행되면서 시야결손 부위도 점차 커지게 되어 마치 앞에 흔들리는 장막이 쳐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처음 발견했을 때 글씨가 출렁이는 파도처럼보였다. 텔레비전자막이 오목렌즈처럼 말이다.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을 때 창호지가 뜯겨진 것처럼 일부분이 검게 보였다. 초기에 검은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것이 시초였던 것이다.망막박리는 외부의 충격이나 스트레스 또 가족력이나 일반적으로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 무거운 짐 등을 운반하는 중노동이나 역도나 레스링처럼 심한 운동을 하면 망막박리가 일어날 수 있다. 내가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눈의 시력을 좌우하는 황반부까지 미쳐 사물이 일그러져 보였던 것이다.

중년 및 노년의 사람에게서 눈앞에 까만 점 같은 것이 떠다니고, 플래시 불이 번쩍이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이러한 증상이 큰 문제가 없으나 이러한 현상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에는 드물지 않게 유리체의 수축으로 말미암아 심하게 유착된 망막이 찢어져 열공을 일으키게 된다. 내 경우가 이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망막박리 없이 망막의 열공이 있을 때는 레이저 광 응고술로 열공을 치료할 수 있다. 또 망막 열공이 있는 부위를 얼려서 레이저 광 응고술과 같이 반흔을 만들어 망막과 그 하부 조직의 유착을 이루는 방법으로 국소 마취가 필요하며 입원하지 않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망막 열공과 더불어 망막박리가 발생하면 치료방법은 수술밖에 없다. 대부분의 망막박리의 수술 성공률은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망막의 재유착을 위하여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수술했을 때 입원실을 함께 쓴 노인은 증상이 좋아져 딸과 함께 사우나를 다녀온 것이 화근이 되어 재수술을 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성공적으로 망막의 재유착이 이루어지면 어느 정도의 시력이 회복이되고 실명이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도 시력이 회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여 약 6개월간의 시일이 소요된다.

한쪽 눈으로 생활하는 것에는 우선 평행감각을 잃어 생활하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수술 후 수일간은 절대안정이 필요하다. 수술 후 안구 내에 가스를 넣었기 때문에 엎드린 자세가 필요하다. 책상에 앉아서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한 달간 그렇게 생활했다. 눈에 넣은 뿌우연 가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로 변했고 그것은 마치 투명유리컵에 물을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 물이 점차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없어졌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도 수술 후 2개월 길게는 6개월 내에 망막의 재박리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한다.

망막박리를 일으킨 사람은 수술 후에도 특히 눈을 소중히 다뤄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격렬한 운동이나 점프등은 삼가야한다. 머리에 충격을 주게되면 재발할 우려가 있다. 한쪽 눈의 망막박리나 이로 인한 시력의 약화가 반대쪽 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쪽 눈에 망막박리가 생기면 반대편 눈에도 같은 기전이 발생하기가 쉽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가 일어난 눈은 시력회복의 가능성이 없어도 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눈의 모양이 유지가 되지 않게 되어 작아지므로 수술은 필요하다.

정기점검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이가 한손에 바구니를 들고 또 한손에 지팡이를 들고 구걸을 하는 모습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도 감사하고, 푸르게 돋은 나뭇잎도 감사하고 띠격태격 아픔을 나눌 가족이 있음도 감사하고,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는 것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