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문을 본격적으로 대하게 된 것은 대학생이 돼서였다. 1980년대 중반 전국은 민주화 열기로 뜨거웠다. 대학은 연일 최루탄과 난무하는 구호로 어지러웠다. 대학에 갓 입학한 나는 세상에 대해 청맹과니와 마찬가지였다. 저들은 왜 캠퍼스를 뛰쳐나가야 하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내가 의지한 것은 도서관에 마련된 신문이었다. 여러 종류의 신문을 뒤적이며 세상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뜰 수 있었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정과 교사가 되어 20여 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신문은 나의 교재 연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가정이란 교과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생활과학이다.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단원에 대해서만은 세상에 대한 눈을 뜨도록 해야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면, 건강한 노후 생활을 공부하는 단원에서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재 생활 모습은 어떠한지? 노인들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노인들을 위해 개인과 사회는 어떤 지원과 배려를 해 주어야 하는지, 신문만큼 정확하게 맥을 짚어줄 수 있는 매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문을 통해 현실을 보여주고,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 준다.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글로도 써보게 한다. 한 단원을 마치고 나면 훌쩍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학급 아이들에게는 신문 사설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1주일에 한두 편 정도의 신문 사설을 스크랩하게 한다. 잘 모르는 단어를 찾아 뜻풀이를 하고 한자어를 찾아 익히게도 한다. 사설을 읽은 후 자신의 생각 쓰기는 기본 메뉴다. 나의 일과 중 하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 하나 열어 놓고 클릭하는 일이다. 즐겨찾기에 여러 개 정도의 신문을 저장해 놓고 읽는다. 자연스럽게 교재 연구도 하는 셈이다. 여러 개의 신문을 읽다 보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중심 잡힌 생각을 갖게 된다. 교사의 질은 학생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나를 통해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가길 소망한다. 푸르게 눈뜨는 창밖의 풍경처럼 밝고 맑게 성장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신문 읽기를 권한다. 송연숙 시인·강원사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