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누구와 갈 때 가장 좋을까? 밥은 누구와 먹을 때 가장 맛있나? 선택은 늘 어렵다. 오죽하면 결정 장애자가 등장할까? 그렇다면 내 아이와 같이 신문 읽기는 가능할까? 짐작대로 애하고 무슨 대화를 하느냐고 고개를 흔든다. 새해부터는 아이와 같이 신문 읽기를 권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준비물? 부모의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 부모가 먼저 신문을 주고 기사 5개를 골라 보라는 과제를 내준다. 아이가 고른 기사를 보고 탓하거나 화내거나 놀라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 전혀 다른 기사를 고를 테니 말이다. 아마도 스포츠면이거나 문화면, 혹은 광고에서 고를 것이다. 내 아이가 정치, 경제, 사설을 골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것이다. 여기서 그치면 정말로 끝이다. 참아야 한다. 부모의 준비물이 인내심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먼저 이렇게라도 고른 기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왜 이 기사를 골랐니?” 마음을 진정하고 아주 부드럽게 물어보아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지 않은가? 한번 더 심호흡을 하고 이번엔 이렇게 물어보라. “이 기사가 말하는 것이 뭘까? 1분 정도 내게 설명해 줄래?” 아이의 표정을 보라.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내용은 부모가 설명해 주면 서서히 대화가 이어진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이런 것을 매일 해야 하는가?

매일은 어렵다. 시간이 가장 여유로운 주말은 어떤가? 이렇게 시간이 쌓이면 변화가 보인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이 생생한 `현실'로 변한다. 지금의 `현실'은 전 국민의 생생한 학습 자료다. `왜 국회의원들은 증인이라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따지고 몰아붙일까, 저 사람들은 왜 저리 모른다고만 하는 것일까? 그런 권한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를 묻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살아 있는 공부다. 이런 공부는 우리가 아직도 하고 있는 `다음의 설명에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혹은 `다음의 설명에 적절하지 않는 것을 고르시오'라는 것과 완벽하게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대화의 시간이 한 달 정도 지나면 아이에게 서서히 변화가 나타난다. 부모의 물음에 답을 말하기 시작한다. 팩트(Fact) 로, 데이터(Data)로, 논리로 답을 말한다면 성공이다.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그 어느 것이라도 들어 있는가를 확인하라. 스포츠면을 오려 와서 `그냥 멋있어서!'를 말하던 아이가 `이 선수는 현재 0할0푼인데 수비도 좋고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서'라고 말하고 이 팀의 성적은 이 선수의 타율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변화다. 이런 작은 시도가 있어야 `내 아이의 변화'가 시작된다. 그럼 언제부터 할까? 무엇을 고민하는가? 아이의 문제집이 얼마인가를 살펴보라. 신문 구독료와 비교해 보라. 놀랄 것이다. 내 아이가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부모와 대화를 즐기며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말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를 기대한다면 지금 당장 신문을 들고 도전해 보라.

어려운 것은 내 생각이지 기사의 내용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Now-here) 하지 못하면 어디서든(Nowhere) 하지 못한다.

 

이정균 - (사) 책따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