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든지 사회나 국가에 대한 지식인의 책임은 크다. 무엇인가를 먼저 알고 잘 안다고 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아는 것을 잘 전달해주고 그들을 인도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거나 사회나 국가를 위해 전혀 활용하지 않는 지식은 가치가 없다. 지식을 머리에만 가두지 않고 손과 발을 통해 구체적으로 펼쳤던 살아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살펴보자. 역사 속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을 면밀히 관찰해보자.

■ 읽기참조 :
강원일보 2014년 07월10일자 12·13면
강원일보 2011년 04월16일자 7면
강원일보 2002년 09월02일자

국가와 민족이 위험에 빠졌을 때 분연히 일어났던 분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일생을 걸었다. 그런 분들 중에 특별히 지식인들을 기억해 낼 수 있다. 좋은 스승을 만나 많은 공부를 하다가 위기에 빠진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붓을 내던지고 칼을 집었던 분들이다.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굳건하게 세우기 위해 일생을 내걸었던 습재 이소응 선생을 대표적인 행동하는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다. 이소응 선생은 1852년 춘천 남산면 강촌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올곧은 학맥을 유지했던 화서학파에서 뛰어난 학자였던 류중교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공부하던 중 의암 류인석 선생을 만나 평생 스승으로 섬겼다.

한편 일본제국의 침략야욕이 점점 구체화되자 조선의 깨어있는 지식인들은 임금에게 상소를 올려 나라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상소의 내용이 과격하다하여 상소의 대표자인 홍재학을 처형하기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조선 지식인의 위정척사운동은 크게 위축이 되고 만다.

일제의 침략 근성이 더욱 노골화되고 급기야 명성황후를 시해하자 이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이소응 선생은 1895년 12월6일 의병을 일으켜 춘천의병대장이 된다. 춘천관아를 점령하여 의병 본영으로 삼고 불의한 관리들을 척결하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하는 친일 관료인 조인승 관찰사를 처형하기도 했다. 인근에서 의병들을 모집하여 군을 결성하고 서울을 향해 진군한다. 서울로 향하던 의병은 가평 경계에서 관군과 전투를 벌이다 패하고 만다. 이소응 선생은 지원군을 요청하러 갔다가 사로잡힌다. 류인석 선생과 많은 지인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되고 그 후 류인석 선생의 참모가 되어 구국항일에 일생을 바쳤다.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 다니며 항일투쟁을 하다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이소응 선생은 화서 이항로 선생을 시조로 김평묵, 류중교, 류인석 선생으로 이어지는 화서학파의 큰 유학자였다. 진리를 찾기 위해 무수한 시간을 책과 씨름하던 학자였지만 어려움에 처한 국가와 민족을 외면할 수 없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고상한 이야기와 고귀한 논리만을 펼칠 수 없었다. 머리로 이해하거나 말로만 묘사되는 진리가 아닌, 실제로 손과 발을 통해 실천되는 진리가 되기를 원했다. 이소응 선생은 자신의 안위와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소인배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불의에 항거하고 거짓된 것을 물리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기를 소원했다. 이러한 소망을 일생 가슴에 품고 흔들림 없이 실천하며 사신 그런 분이셨다.

△토론 1. 불의한 일을 보면 즉시 없애야 하는가?

△토론 2. 아직 실천에 옮기지 않는 일이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토론 3. 말과 행동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가?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