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NIE를 시작하면서, 우연히 NIE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현재 강원산학협력포럼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우연을 이제는 더 이상 우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NIE는 우연이 아닌 필연의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내가 NIE를 시도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20여 년전에 고랭지 채소를 주로 하는 지역에 있는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배추밭 한 켠에 배추를 싸기 위하여 쌓여 있는 헌 신문을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시골 아이들이 학습에 몰입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었다. `학교는 교과서를 배우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아이들에게 `학교는 교과서로 배우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신문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사용되어지는 물적, 인적 자원들이 교과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아이들은 헌 신문 한 장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제자 중에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며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A가 있었다. A는 면 소재지에 있는 중학생들의 통학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기 때문에 오전 7시쯤이면 관사에 찾아와 교실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이 올 때까지 교실에서 A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 A에게 나는 신문에 실린 4컷 짜리 만화를 크게 그리게 했다. 그러면서 만화에 쓰여진 말주머니의 글자를 외우게 했다. A는 글자를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였지 문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A에게 만화를 설명하는 특권을 부여했다. 다른 아이들도 하고 싶어했지만 오직 A에게만 허락되었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A와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A는 완전히 한글을 해득했고 각종 그리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을 하는 학교의 자랑이 되었다.


그 후 나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어주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는 새벽에 신문을 읽고 그날 수업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 요약하여 들려주거나 전문을 보여주면서 동기 유발을 한다. 아이들이 몰입하는 수업이야말로 최소의 시간으로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횡성군 관내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2012학년도 횡성군 인재육성관 선발시험에서 내가 담임하고 있는 반 아이들 8명이 합격했다. 최종 합격자 50명 중에 8명이면 이보다 더 좋은 성과가 있을까? 1년 동안 NIE에 빠져 열심히 항해를 마친 둔내초등학교 6학년 바다반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어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침에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다음날 수업 시간에 가르쳐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퇴근 전에 한 번만 살펴본다면, 아침에 신문을 기다리는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행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