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것은 1980년대 초였다. 물론 8비트 컴퓨터로 요즘의 컴퓨터 개념으로 보면 장난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생활에 컴퓨터가 들어오기 시작했던 충격적인 만남이었다. 그 후 비교적 컴퓨터에 일찍 빠졌던 탓에 10여 년 이상을 컴퓨터 교육 강사로 활동했고,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교육에 정보화 기기를 활용하도록 앞장서기도 하였다. 따라서 비교적 시대의 변화를 일찍 수용하고, 새로운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훨씬 뒤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메말라간다는 생각과 마음이 나의 삶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의 활용과 `You Tube(유튜브)'나 `Facebook(페이스북)' 활용도 소극적인 생활로 변하였다.


디지털은 `0과 1의 세계'다. On/Off, ○/×처럼 `~이다, ~이 아니다'로 구분되는 세계인 만큼 나의 사고방식도 경직화되고 이분화되며, 빠른 속도에 멀미를 하는 것 같아 조금은 천천히 가고 싶은 생각에서다.


요즘 나의 생활을 보면 뉴스는 TV나 인터넷으로 대충 확인하고 관심 있는 부분은 신문 기사를 통해 자세히 보게 된다. 나의 경우 디지털 정보는 생각 없이 눈으로만 보게 된다. 반면에 활자화된 신문 기사를 읽으면 생각이 함께하는 것 같다. 신문을 통해 접하게 되는 뉴스와 각종 칼럼, 사설 등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거기에 나의 생각을 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한다고 한다. 교실도 스마트 교실로 전환한다고 한다. 나이 든 사람의 우려라면 다행이겠으나 혹시라도 디지털 세대라 부르는 우리 아이들도 마음이나 생각이 미처 따르지 못하고 현란한 화면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디지털 사회의 부산물은 아닐까?


신문을 활용한 교육(NIE)은 이런 면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여유와 생각, 틀림이 아닌 다름의 수용, 경쟁보다는 협동과 배려, 직관적 사고가 아닌 논리적인 사고' 등. 주5일 수업으로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토요일은 아이들과 함께 신문을 보는 날로 정하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마음놓고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