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學習)'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매우 익숙한 낱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다. 이렇게 일상적인 낱말로 사용하고 있지만 `학습(學習)'이라는 낱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학(學)'은 배워서 아는 것이고 `습(習)'은 익혀서 아는 것이다.


학(學)은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배우는 것이 대부분이고, 습(習)은 배운 것을 스스로 반복하거나 훈련하여 익히는 것이다. 습(習)은 어린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하여 스스로 수많은 날갯짓을 반복하는 것을 나타낸다. 새끼 앞에서 어미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학(學)이며, 어린 새가 어미의 모습을 보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습(習)이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논어 학이편. 논어의 첫 문장은 위와 같이 시작된다. 교육의 기본인 학습(學習)을 설명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문장이다. 논술이라는 화제를 논어 제1편 學而(학이)로 시작하는 까닭은 학습(學習)이라는 낱말의 중요한 의미 때문이다. 논술을 잘하려면 전문가에게 몇몇 가지 전략을 배우면 해결할 수 있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함이기도 하다. 결론을 서둘러 제시한다면 논술은 학(學)보다 습(習)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잘 쓴 글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 좋은 글에 대한 안목이 생기면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가려내는 능력이 생긴다. 글을 읽고 판단하는 안목은 고스란히 글을 쓰는 능력에도 영향을 주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좋은 글을 읽으면 글의 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확보하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은 자기 스스로 습(習)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써 보아야 한다.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시의 특성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 시를 많이 써 보는 것이 몇 배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좋은 논술문을 작성하려면 논술문을 많이 써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일들을 몇 번 해 보았다고 길러질 수는 없다. 학(學)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글을 읽는 독자가 자신이 읽고 있는 글이 한 편의 시인지, 소설인지, 기사문인지 편지글인지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논술문을 읽고 소설인지 일기인지 구분하지 못할 이는 없다. 글을 잘 쓰는 비법들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논술문을 잘 쓸 수 있는 준비를 잘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여 글말로 잘 옮길 수 있는 학습자의 습(習)이 학(學)보다 더 중요하다. 신문을 활용하면 논술을 위한 습(習)을 쉽게 할 수 있다. 신문의 사설이나 독자들의 의견이 담긴 글들은 논술을 위한 좋은 읽기 자료가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쓴 글들을 서로 돌려 읽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글을 다듬어보는 활동을 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읽고 쓰는 습(習)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