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키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아기의 키는 부모의 눈에만 보일 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지의 상태이거나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의 키를 직접 잴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이들의 키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생각과 생각들을 비교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실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식 능력은 인간의 인지 능력의 초보적인 것에 해당되지만 쉽지는 않다. 어떤 일에 대해 그것을 인식하는 내용이나 수준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개인마다 알고 있는 지식이 같지 않으며 살아온 경험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의 결과가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첫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적어도 사실에 대한 인식만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논술의 핵심인 논증을 위해서는 조응 능력이 필요하다. `조응'이란 서로 비추어 대응함을 나타낸다. 좀 더 풀이하자면 두 대상을 견주어 보는 능력이다. 무엇과 무엇을 비추어 본다는 것은 서로 대비되거나 유사한 것들을 견주어 보는 것이다. 견주어 보는 것은 사물의 인식 수준과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인식 다음에 형성되기도 한다. 이는 인식의 깊이를 보다 깊고 넓게 한다. 조응 활동은 비교하거나 대조해야 할 두 대상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사건과 사건, 사건과 해석, 해석과 해석을 견주어 보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현상과 현상, 현상과 이해, 이해와 또 다른 이해를 견주어 보면 또 다른 자신의 인식의 결과에 이르게 된다. 해석과 해석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해와 이해의 차이, 자신과 타인의 다름을 인지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형성해 나간다.


사건이나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일들을 조응하고 정교화해 본질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올바른 인식과 조응은 해결 가능하고 이해 가능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신권식 영월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