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꿈에 대해 물어보면 거창하게 대답하였다. 남자아이들은 대통령이나 장군을 꿈꿨고, 여자아이들은 선생님이나 간호사가 많았다. 지금처럼 아이돌그룹이나 걸그룹 멤버가 대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일까?

나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선생님께 혼났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온 후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에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정말 말 같지도 않은 대답을 하였고, 단단히 화가 난 선생님은 장난한다고 엄히 벌을 주셨다. 내가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순전히 신문 탓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살았던 초가집 흙벽에 도배된 농민신문과 어린이신문을 보면서 축산을 부흥해야겠다는 거창한 미래를 꿈꾸었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빨리 어른이 되어야 가능했기 때문에 나의 대답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이 난 이후로 난 나의 꿈을 한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비가 저렴한 교육대학을 선택하면서부터 결정되었다.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시작한 도서관 근로 장학생을 7학기나 하게 되었고, 대학 졸업 때까지 1,0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도서관 열람실에 비치된 신문은 거의 정독하다시피 하였다. 특히 칼 포퍼, 밀란 쿤데라, 체 게바라에 관한 신문 기사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 때, 춘천교대 총장을 역임하셨고 지금은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고 계시는 박민수 뇌경영연구소장님을 만나면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읽는 혜안을 가지게 되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시던 스승님께서 필요한 자료를 도서관에서 찾아 정리하는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나는 얼떨결에 받게 되었고, 이 인연으로 나는 국어국문학의 통사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학생들이 단순히 매체에서 전달하는 다양한 정보와 자극적인 영상을 보는 것에서 그친다면, 그들은 정말 읽어야 할 정보를 놓친 불행한 세대다. 꿈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은 그들이 매체 읽기를 위한 노력보다는 디지털 신호로 전달되는 전기적 자극에 발작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읽어야만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단순히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는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다. 지도에 표시된 다양한 기호와 좌표를 읽어야만 한다. 삶의 아틀라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다. 그중 신문이야말로 현실을 즉각적으로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예지적 아틀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