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햇빛에 꽃잎을 팔랑이는 하얀 매화꽃이 교정 한쪽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남이 보든 말든 조용히 피어있다. 3월이 다 지나가는 학교의 오후 풍경이다.

20년 남짓 교사 생활을 하며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이것저것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올해도 여러 가지 교육활동에 대한 사업과 프로젝트 계획을 짜는 중에 NIE에 대한 구상과 계획을 하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학교의 NIE는 대학 진학과 진로에 대한 포트폴리오 작성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부담은 학생이나 교사나 매한가지다. 수시모집 지원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작성과 논술, 구술면접 등. 돌이켜보면 NIE를 통해 이 모든 부담을 무던히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NIE를 통해 진로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하여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게 하였고, NIE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여 읽고-경청하며-쓰고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또, 이러한 활동은 자연스레 자기소개서 작성의 소재가 되었으며 수행평가와 학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을 학생들로부터 듣고 있다. 당연히 대학입시에도 좋은 결과를 얻어 학생들은 벌써부터 NIE수업과 NIE캠프는 언제부터 시작하느냐고 난리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게 다인가. 그게 우리 삶의 단면이고 우리의 민얼굴인가. 대학입시와 진로탐색은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핵심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하게 된다. 그렇다. NIE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보급되었고 환경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러한 인프라(Infra)가 교육의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시설과 교재가 좋다고 꼭 훌륭하고 좋은 수업이 진행되지는 않는 법. 쏟아지는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바르게 생각하며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 그러기 위해 교사가 되었고 그러기 위해 NIE를 시작하였다. 지구로부터 빛의 속력으로 8분20초를 달려가면 태양이 있다. 햇빛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춤으로 인해 지구의 온갖 생명이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게나 멀리 있으면서도 자신의 역할이나 임무에 소홀함이 없다. NIE가 그러했으면 좋겠다. NIE를 통해 에너지를 얻어 세상의 아름다운 가치를 나누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매화꽃이 은은히 피어있는 교정 샛길로 한 무리의 학생들이 햇빛을 배경으로 하얀 매화꽃잎에 섞여 환한 웃음과 함께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