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할머니와 여자경찰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고 하였다. 치매로 집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맸던 모양이야. 실종되고 19시간 만에 하천 풀숲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여자경찰이 찾아냈다는구나. 할머니는 맨발이었다지 뭐냐. 자기 집을 기억해 내려고 얼마나 많이 헤매었으면 신발과 양말이 벗겨진 줄도 몰랐을까. 할머니의 맨발을 본 여경이 자신의 양말과 신발을 신겨 주었단다. 여경 자신은 맨발인 채로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겼다지 뭐냐. 그 여자경찰의 고운 마음씨야말로 천사의 마음이 아니겠니.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교육을 잘 받고 자란 것 같구나. 모두가 서로를 보살피며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가니 나도 걱정이다. 과일을 든 어머니의 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들 녀석이 할머니를 위로하며 한마디 건넨다.

그 할머니의 연세와 우리 할머니의 연세가 같네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께서 치매 걱정을 하시는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는 신문 보시며 두뇌활동을 활발히 하시니까 건강하시잖아요. 치매 예방을 위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치매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국가에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하게 운영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할머니 건강은 할머니가 지키셔야 해요. 운동도 신문 읽기도 게을리하지 마세요.

여든이 넘고 나서부터 유난히 치매 걱정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신문 읽기를 권하였다. 그리고 저녁에 그날 읽은 기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을 소감과 함께 듣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나와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그 기사를 화제로 삼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에는 눈이 아프다며 신문 읽기를 성가셔 하였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신문을 살펴보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종이에 기사 내용을 요약하여 옮겨 적기도 한다. 나름대로의 두뇌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기억력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식구들도 어머니의 신문기사에 대한 이야기 발표에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되었다. 가족 모두가 변함없이 신문을 사랑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그날의 신문 중에서 어떤 기사를 할머니가 화제로 꺼낼지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의 치매 예방을 위해 시작한 신문 읽기가 가족을 한자리에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신문 읽기는 우리 가족을 연결하는 튼튼한 끈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