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4일이면 강원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는다. 지난 2월18일자 강원일보 `NIE 칼럼'에 의하면 우리나라 신문 구독률은 1996년도 69.3%에서 2012년 24.7%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신문 구독률 저하에도 불구하고 종이 신문의 중요성은 청소년의 성장 과정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학습교재다. 근래 신문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교육 현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강원일보의 `교육·NIE'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귀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 강원일보에 투고되는 동시들은 때묻지 않은 동심의 진솔한 표현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필자의 손녀도 `시인 할아버지'란 글을 써서 내민 적이 있다.

필자는 성장과정에서 신문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이었던 할아버지와의 상봉은 신문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할아버지는 광적인 신문 애독자이셨다. 신문 배달이 제때 안 되면 때늦은 신문이라도 꼭 보셔야 했다. 그 당시에는 교통이 불편해 제때 배달이 안 되기가 일수였다. 조간신문이 저녁에 배달되기도 하였다. 할아버지는 신문을 읽어야 한다며 한자를 가르쳐 주셨다. 그때는 신문 전 지면이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었다. 6학년 때는 사설까지도 읽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숙제를 내셨다. 사설 읽은 소감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해가 부족할 때는 보충해 주셨다. 천도교 신자였던 할아버지는 역사에 관해서는 더욱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나는 중학생이 되었을 때 신문 배달을 하였다. 4·19와 5·16을 겪으면서 신문 배달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검열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하루 이틀의 배달 지연은 보통이었다. 애독자들은 짜증을 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그러워졌다. 중학교를 졸업하고서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국어 선생님께서는 신문 스크랩을 일과로 주셨다. 신문의 주요 사설을 매일 오렸다. `言中言', `萬物相', `횡설수설' 이런 칼럼을 매일 오려서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선생님께서는 국어 학습 자료로 활용하고 계셨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대충 해오던 스크랩을 어느 날부턴가 나는 읽기 시작하였다. 스크랩 읽기가 어느 새 취미가 되었다. `고바우영감' 만화도 스크랩 하였다. 4단짜리 그 짤막한 그림 속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함축된 그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필자는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스크랩하는 습관을 버릴 수 없었다. 농업재해와 관련된 기상, 지구과학 이런 부문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 인연으로 가뭄이라든지 수해, 동해(凍害), 설해, 태풍, 지진, 엘니뇨, 라니냐 이런 기상현상을 대하면서 농업 재해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예지가 축적되기도 하였다. 퇴직 이후 인생 이모작으로 늦깎이 글공부를 시작하였다. 문장 수업을 받으면서 스크랩 습관이 다시 발동하였다. `가슴으로 읽는 시', `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시조', `행복한 시 읽기' 이런 문장도 챙겼다.

신문은 뉴스 이외에도 철학, 역사, 고전, 문학, 시사, 과학, IT, 인터넷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신문은 이렇게 나의 글공부와 50여년 인생살이에 길잡이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