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글씨 하나하나는 열매를 이루기 위한 씨앗이다. 한 알 한 알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 사람들에게 지식과 감동을 전한다. 퇴적한 흙이 쌓이듯 신문 한 장 한 장은 전면에서 펼쳐지는 지식과 사고의 향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남모르게 흐르는 감성과 깨우침도 일깨워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 신문에 실린 내 또래의 동시와 지도 선생님의 평을 읽으며 감성을 키웠다. 간혹 누군가의 입상 작품이 실릴 때면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꼭짓점이라고 부러워한 적도 있다. 그렇게 신문의 한 면에서 생의 지표를 찾기도 한다. 과학 숙제의 한 부분이었던 우주개발에 관한 자료들을 스크랩하려고 매일매일 신문을 뒤지고 찾았다. 관계되는 자료를 찾으면 기쁨으로 가위질하던 때가 있었다. 과학 선생님에게 제출하고 칭찬을 받았다. 때문에 과학이라는 어려운 과목의 수업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학교 공부는 모두 끝났지만 끊이지 않는 학구열은 식지 않았다. 문화관에서 지역사회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문학창작 수업을 받는다. 선생님은 그날 아침 신문에서 읽은 작품과 좋은 글들을 교재로 활용하신다. 가위로 오리거나 접어 가지고 오시는 신문에는 선생님의 사랑이 담겨있다. 참으로 신선하고 귀중한 자료다. 그렇게 신문은 정보의 매체이기에 앞서 내가 가야 할 지표를 만들어주는 선구자다. 또한 내가 함께 가야 할 길동무이기도 했다. 읽을거리가 귀중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정보와 자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하여 엄청난 물결을 이룬다. 어느 것에서 참다운 길잡이를 찾을 수 있을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에 신문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선구자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단순한 종이라기보다 신문 한 장은 생명이 있고 정이 깊은 끊이지 않는 샘터다.

그뿐이 아니다. 신문으로 나누는 사랑은 또 가지가지다. 내가 퇴직한 뒤 아들은 퇴직 선물로 일간지 구독 신청을 해주었다. 일간지의 사설로 논술 공부를 했던 아이다. 직장에서 읽던 신문이 이제 안 방으로 온 것이다. 아침마다 신문을 펼치면 아이의 사랑이 샘물처럼 솟아난다. 얼마 전에는 저녁 시간을 신문탐독으로 지내는 언니가 자그마한 수첩을 내밀었다. 그것은 동시와 시조, 시, 그리고 그 작품들의 평론을 실은 지면들을 스크랩한 것이다. 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라는 뜻이다. 공부는 물론이고 따듯한 형제애를 전하기에 신문이 한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늘 익히고 쌓아야 하는 아이들뿐이 아니다. 누구나가 필요한 양식이 신문에 가득하다. 씨앗을 심듯 한 부의 신문을 전하자. 활자만큼 건강한 꽃송이와 열매를 맺게 하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지 않을까. 건강하고 즐거운 삶으로 안내하는 사랑의 길잡이로서 끊임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