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관찰해 봤다. 농경문화로 정착하기 이전 우리의 조상들은 동물을 따라 이동하는 목축생활을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민감했다. 먼 길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와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고정된 좌표가 필요했다. 한낮의 태양과 밤하늘에 보이는 달과 별의 움직임은 좋은 표준이 되었다. 농경문화로 정착된 이후에는 1년 동안의 계절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해와 달 그리고 별을 관찰했다. 하늘을 관찰한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자.

선조들 고조선 시대부터 일식 등 관찰·기록
고려의 천문학 조선 시대 이르러 꽃피우게 돼
일제강점기 지나며 우리 천문학의 맥 사라져


■신문자료

△“별똥별 쇼 보러 화천으로 오세요”
( 본보 2015년 12월11일자 17면)

△“양구서 개기월식 보세요”
(본보 2014년 10월4일자 12면)

△별빛 쏟아지는 동강을 거닐다-동강시스타 가을맞이 힐링 프로그램 잇따라
(본보 2015년 9월4일자 21면)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이 고조선 시대부터 하늘의 변화를 관찰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식이나 월식, 혜성과 유성들의 출현을 관찰하고 일일이 기록했다. 보다 정확하게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첨성대와 같은 천문대를 건설하기도 했다. 하늘의 변화는 그 해의 농작물 수확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관찰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달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달력은 1년의 시작을 언제로 할 것이며, 어떤 시기에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도표인데 오직 천자에게만 주어진 권한이었다. 독자적인 달력을 만들려면 많은 천문학적 정보가 누적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착실하게 하늘의 변화를 기록해 왔다.

고려 시대의 천문기록은 《고려사》와《고려사절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고려사》는 <천문지>라는 부분에 고려 시대에 일어난 천문 현상들을 기록해서 정리해두었다. 고려 시대의 천문학자로 `오윤지'라는 분이 있는데, 천문 관측에 몰두한 나머지 먹고 자는 것을 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하늘의 별을 관측하여 `성도(별지도)'를 만들었는데 지금 남아있지 않다.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는 왕립 천문대인 서운관이 세워졌다. 당시 인도에서 유래한 불교 역법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활발한 교역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후기에 등장한 몽골 제국은 아라비아 문명과 접촉하면서 수시력이라는 역법을 고려에 전달한다. 수시력은 별의 위치를 측정하고 그것을 기하학과 방정식을 통해 달력을 정하는 고도의 학문이었다. 이러한 고려의 천문학은 조선 시대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된다.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국가를 형성하려던 세종대왕은 고려 시대의 역법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론을 접목시켜 《칠정산》이라는 정교한 천문 역법을 만든다.

조선 시대의 천문 기록은 더욱 정교해져서 태양의 흑점 변화와 오로라 현상까지 관찰하여 기록하기에 이른다. 물론 고려 시대부터 기록된 오로라 현상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오로라가 태양 변화와 관계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천문기록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같은 별 지도가 만들어졌으며,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는 <일월식가령>이 출판되기도 했다. 왕실에는 천문을 담당하는 관청이 있었으며 경복궁과 지방 곳곳에 관측소를 두어 하늘을 관측했다. 또한 200명 정도의 전문 인력을 두어 천문을 연구하도록 했다. 조선 후기에는 서양의 과학 서적이 유입되면서 또 한 차례 전환을 맞는다.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최한기'는 그의 저서 《성기운화》를 통해 은하수의 구조와 형성에 관한 이론들을 소개한다. 《신기통》을 통해서 별빛의 굴절효과와 태양을 중심으로 한 공전의 원리와 법칙을 서술한다. 그러나 일제에게 나라를 강탈당하면서 우리 천문학의 맥은 사라지고 온통 서양의 이론과 서적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토론문제

△우리에게 전통적인 천문학이 있었는가?

△15세기까지 앞섰던 동양과학이 서양과학에 지배당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독자적으로 달력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