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의 나의 교직 생활이 이제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그동안 내 가르침을 받은 제자 모두를 떠올려 본다. 이제는 이름이 희미해진 제자들도 있지만, 그 아이들의 얼굴만은 또렷이 남아있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제자 중에는 아련한 아픔으로 다가오는 제자도 있다. 그런 제자들에게 나는 어떻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내 교직 생활의 마지막은 둔내초등학교에서 맞이한다. 그래서 둔내초등학교 200여명의 아이들의 이름이며 얼굴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넓은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 아이들의 가슴속에는 어떤 세상들이 자라고 있으며, 무엇으로 그 아이들을 항상 꿈꾸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올해 들어 유난히 교장실 창밖을 자주 내다보곤 한다.


둔내초등학교는 작년부터 신문을 활용한 수업을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 NIE 연구학교를 하면서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 연수를 하였고, NIE 전용교실도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신문과 책과의 만남을 위한 축제도 개최하였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신문과 접할 수 있도록 독지가와의 결연을 통한 어린이신문과 경제신문도 충분히 지원받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여 소중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학력 향상과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믿음과 신뢰, 선생님들의 수업 개선 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교장의 욕심이 아니라, 둔내초등학교 교육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와 노력 속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차곡차곡 키워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일찍 등교한 아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NIE 전용교실이나 복도에 비치된 신문을 들고 교실에 가서 조용히 신문을 읽는 아이,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놓은 NIE 활동 과제를 해결하는 아이, 어린이신문에 실린 교과 관련 문제를 푸는 아이…, 이런 게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아닐까 싶다.


본교는 매주 수요일 5교시를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전 학년 NIE 학습의 날로 운영하고 있다. 학년별로 교육과정 분석을 통한 심화한 활동이나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생님들이 제작한 NIE 학습지나 활동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면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업에 활용하기 위하여 신문을 읽고, 아침 수업 시작 전이나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 미담사례나 교훈적인 기사를 활용하여 인성교육도 병행한다.


그런 의도된 교육 활동 속에서 아이들은 신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새로운 희망을 새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아끼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둔내초등학교를 더욱 빛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갯벌 속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생명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내일도 아이들은 무한한 꿈과 미래를 간직한 갯벌 같은 신문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신문 속 꿈을 캐러 함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