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가난했던 고교 시절 아르바이트로 1년 동안 신문을 배달하던 기억이 새롭다.


소위 중앙지라 일컫던 석간으로 발행되던 신문을 하교 후 배급받아, 춘천 조양동과 교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배달하고 나면 어둑한 저녁이 되었다.


변변히 걸칠 사복이 없었기에 교복인 채로 배달을 했는데, 하필 춘천여고 학생들의 하교 시간 무렵 그 지역 배달이 진행되었다. 창피하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교모를 눌러쓰고 신문을 돌리던 때도 빈번하게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잠시 모면하고 배달이 끝나면 어김없이 다시 학교 음악실로 향했다. 이른바 밴드부의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1년 선배들의 추상 같은 위엄이 무서워서였고, 또 다른 이유는 매일 나를 기다리는 어느 선배 때문이었다. 나를 기다리던 그 선배는 사실 나를 기다렸다기보다는 내가 돌리고 남긴 신문을 기다린 셈이었는데, 그가 신문을 기다림은 그 신문에 연재된 소설 읽는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40여 년 전 이야기지만 나의 신문활용교육(NIE)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감히 밝히고 싶다. 물론 자의적 해석이지만 신문 연재소설을 탐독하던 선배를 따라 소설이란 장르에 눈뜨게 됐고, 또한 신문을 배달하며 교실 수업에서 얻을 수 없었던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도 기사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안목을 키웠고, 시사만평을 통해 풍자와 시니컬을 맛보았다. 사설을 통해선 논리 정연함을 배웠고,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심안을 키웠다.


그뿐인가. 문학 소년이었던 나는 신춘문예란 제도가 있음도 알게 됐고, 겁이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학생 신분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했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고백하자면 신문과의 밀월은 바로 고교 시절부터였고, 그 무렵 아예 신문은 강력한 중독성으로 나를 통째로 사로잡아 버린 셈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방송매체의 다변화와 함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황홀한 뉴미디어 시대에도 과연 19세기식 신문활용교육(NIE)이 유효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도래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NIE는 계속돼야 한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 그것은 신문이 곧 종이만을 의미하는 시대 또한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문은 여전히 다양성과 시사성, 역사성, 통찰력, 그리고 집약적이고 융합적인 정보력을 제공할 기능을 저버리지 않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나는 오늘도 40여 년 전과 변함없는 신문 사랑을 일선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얘들아 신문을 읽어라. 그곳에 너희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