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이야기 중 하나다. 문에 뚫린 구멍을 바르려고 옆집에 편지를 썼다.


`날씨가 점점 추워 우리 가족은 감기에 걸려 힘이 드는데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하세요. 또한 어찌하면 감기를 낫게 할 수 있는지 처방전을 써 보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깨알같이 써서 보냈다. 더 큰 종이에 처방전 써 보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이웃집 자린고비는 직접 방문해 `몸을 따습게 하고, 잘 먹고, 푹 쉬라'는 말로 전해서 종이만 손해 보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에는 종이가 귀했다.


나는 춘천시 동면 상걸리에 있는 명성국민(초등)학교를 다녔다. 소양강댐에 의해 학교터가 물에 잠겼으나, 집터는 대룡산 명봉 옆 감투니 고개를 넘어서면 바로였기에 지금도 가끔 집터를 찾아보곤 한다.


그곳 화전밭은 40년 이상 된 낙엽송과 잣나무가 무성하지만 옛일이 생각나곤 한다. 그곳으로 가는 다른 길이 또 하나 있다. 춘천에서 동면 감정리를 지나 홍천행 잼버리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첫 번째로 나타나는 가락재 고갯길을 굽이굽이 내려가다 보면 집이 몇 채 있다. 왼쪽을 보면 소양강댐 상류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시골길을 따라 4㎞쯤 오르다 보면 바로 명봉 옆 감투니 고개와 만나게 된다.


감투니 고갯마루는 전형적인 화전민들이 살 던 곳이다. 집은 귀틀집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참 좋은 집이었다. 통나무 원목으로 집을 지었고, 재료는 대부분 자급자족했다. 미생물이 잘 증식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재료이니 아토피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부분 흙벽인 채로 살았고, 한두 집 정도만이 신문지로 도배를 했다. 내가 4학년 때 막내 삼촌이 장가간다고 방안에 신문을 붙였었다. 신문을 사다가 천장과 벽면에 붙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옷이나 몸에 흙이 묻지 않아서 좋았고, 신문기사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만히 누워서 벽이나 천장을 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NIE(신문활용교육)였던 것이다.


배지로 활용한 신문에는 많은 기사가 있었다. 독일에 광부를 파견한다는 기사를 읽고 궁금해서 삼촌에게 물어봤기에 독일이 뭔지, 광부가 뭔지도 알 수 있었다. 그 기사를 읽고 삼촌이 독일로 일하러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와 숙모가 말린 기억도 있다. 그때 독일에 가지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 된다는 말씀을 가끔 하신다. 신문 도배지로 자연스럽게 세상을 접했던 그때가 그립다.


요즘은 컬러 인쇄로 된 책은 당연하며 입체 인쇄가 된 책이 무한정 발간되고 있다. 살아 있는 소식, 텔레비전과 연계된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생 정보통은 바로 신문이다.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NIE가 전개돼 신문이 생생정보통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