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주제와 관련 있는 내용들을 바르게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있는 내용들을 온전히 이해하면 좋겠지만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세계를 인지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지하는 세계는 늘 일부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개인별로 인식하는 세계가 모두 일치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프레임으로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인식의 결과는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서로 다른 내용을 산출해 내는 것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100명이 글을 쓴다고 할 경우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100명의 산출물은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한다.


글쓴이들마다 서로 다른 내용을 생성할 수밖에 없다는 위와 같은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이제는 그 다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서로 다름을 `차이'라고 할 수 있다면, 글을 쓰고 읽는 것은 결국 개인들의 차이를 생성하는 일이며 그것들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생각은 옳고 또 어떤 생각은 틀리다고 판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는 주어진 논제에 대해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대한 논증의 과정이 얼마나 충실한가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글쓰기는 차이를 생성하는 것이다. 주어진 논제에 대해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차이를 만들어낸다. 심지어는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차이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개인별, 개인·집단 간의 차이로 시작해 사회문화적 차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들의 의미를 비교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각각이 나타내고자 하는 보편적인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것 또한 차이를 생성하는 일이다. 현상과 현상, 현상과 이해, 이해와 이해, 해석과 해석을 견주어 보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차이를 생성하는 것이 곧 글쓰기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은 정말 다르다. `틀린 것'을 찾는 것은 정답을 기준으로 옳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일이지만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것은 정답의 존재와 상관없이 서로를 비교하며 차이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문제에 정답이 있다면 틀린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라면 서로 다를 수 있는 많은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거나 해결하는 과정은 매우 다양하다. 정답을 찾아 적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기만의 사고를 정리해 글을 써야 하는 상황도 있다. 정답을 찾아 적어야 하는 문제보다는 서로 다를 수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것들이 나타내려고 한 궁극이 무엇이며 그것들은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는지를 잘 살피는 일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