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너지지 않는 나'를 찾는 일이다.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어 삶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위해선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 세계에 눈 뜨는 일, 그리고 너와 나의 세계를 잇고 더 나아가선 우리의 세계를 건강하게 짓는 일이다. 그 세계를 보는 지혜의 거울은 내게 있어 `신문'이었다. 자기 세계에 일찍 눈을 뜨는 계기가 된 것도 모두 활자가 내게 준 영향이다. 그 축복 중에서도 신문을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당시 재미라는 것은 사회면이나 경제면보다는 연재만화와 연재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세상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를 담은 풍자 4단 만화는 내게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주었다. 또 매일 연재되는 소설은 호기심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만화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것도 그때였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게 됐으니 난 신문읽기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방송뉴스는 영상과 말을 같이 내보내 체험과 강한 인상을 전한다. 하지만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은 삶을 통한 가치를 스스로 사유하게 하는 힘이 있다. 즉, 능동적인 `침묵의 세계'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세상과 나를 짓는 일에 신문은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시선을 갖기 위해선 `닭의 식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닭은 하루 서너 차례씩 눈앞에 오직 먹을 것만 보이는 미칠 듯한 허기를 느낀다. 그만큼 식탐이 세다. 모래와 모이를 한데 섞어 맷돌질하듯 소화해 내는 위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글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고전이나 철학서적, 인문과학 그리고 신문을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 이유다. 닭의 왕성한 식탐에서 편협하지 않는 사유의 힘을 배울 수 있다. 즉 고정관념이나 통념을 뒤집어야 한다는 말이다. 깜깜한 밤을 밝히기 위해 가로등이 필요하다. 세상의 어둠은 글을 쓰게 하는 힘이 있다. 세상의 어둠을 읽어내는 눈을 갖는 것도 그 어둠을 빛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글쓰는 이의 몫이다. 나의 스승인 한 시인은 신문을 글쓰기의 좋은 교재로 삼으라고 늘 강조하신다. 좋은 글을 쓰려면 세상의 어둠 속에서 빛을 읽어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 진리를 발견하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사유와 철학의 힘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한다. 한편에선 박노해처럼 `사람만이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희망이 우리를 살리는 건강한 희망인지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신문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피자나 치킨 값으로 지갑을 쉽게 열면서도 치킨 한 마리 값에 미치지 못하는 한 달 신문구독료에 인색한 오늘날의 우리들. 그 모습과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린 어쩌면 불확실한 사회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피는 꽃으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