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집스럽게 자신의 위치와 본분을 지키려는 이가 있다. 어떤 일을 대하면서 실제적인 이득과 손실을 먼저 계산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일을 대처하는 이의 뜻과 명분을 먼저 헤아리는 이가 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살릴 수 있도록 일을 처리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일은 어느 한쪽을 우선 선택하도록 만든다. 국가적인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명분과 실리를 어떻게 헤아리겠느냐 하는 고민은 크지 않을 수 없다. 조금만 돌아보면 이러한 고민 속에서 결단하고 결단대로 실행한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토론주제 - 명분과 실리
조선의 명장 충무공 김응하

■신문자료 :

강원일보 2014년 07월24일 12·13면

강원일보 2005년 09월23일 22면

강원일보 2001년 01월03일

1580년 철원 어운면 갈원동에서 특별한 아이가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눈에 띄게 기개가 높아 장차 장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충무공 김응하다.

김응하는 고려 시대 명장인 김방경의 11대손으로 태어났지만 임진왜란이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부모를 여의고 힘겹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쟁 후 철원으로 돌아온 김응하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무예를 연마하는 일에 열중하였다.

기골이 장대하고 언행이 신중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던 김응하는 18세에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아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25세에 무과에 급제하면서 그는 일찍부터 관직으로 나갔다. 무예가 출중하고 인품이 좋아 대신들의 총애를 받았는데 그로 인해 경쟁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1610년 이후에는 당시 영의정 이항복의 추천으로 무관의 주요 관직을 두루 맡게 되었다.

충무공 김응하는 자신의 본분 지키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자신을 바르게 세우는 데 있어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 환경의 변화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상관없이 바르게 처신했으며, 남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도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은 결코 눈도 돌리지 않았다.

당시 높은 관직으로 나가는 이들이 현지에 처를 두는 것을 관례처럼 여겼는데 김응하는 그러한 관례를 거부했다. 또한 선조가 국상을 당했을 때도 남의 시선과 무관하게 자신이 지킬 도리와 신하의 예를 철저하게 지켰다. 그는 전쟁 등으로 국운이 혼란스러운 때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 발 빠르게 처신하는 이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후금이 힘을 얻어 명나라를 공격한 일은 조선에게도 중대한 사건이 되었다. 명은 조선에게 지원군을 요청하였고 조선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명분으로 보자면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원했던 명나라를 지원해야 하지만,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새롭게 일어나는 후금을 자극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정의 갈등은 심화되었는데 결국 후금이 세운 청나라의 공격을 받아 항복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충무공 김응하는 오도원수인 강홍립의 지휘를 받아 후금과 명의 전쟁에 명 지원군으로 참전하게 된다. 조선과 명의 연합군은 후금을 협공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크게 패하고 만다. 상황을 살핀 강홍립은 남은 조선군을 이끌고 후금에 항복한다. 상황을 봐서 대처하라는 광해군의 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항한 강홍립은 나중에 청의 군대가 조선을 쳐들어올 때 길을 안내하였고 조선과 청의 협정 때는 통역을 담당했다.

강홍립의 처신에 분개한 김응하는 자신이 지휘하는 3,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후금의 진으로 돌진한다. 6만명이 넘는 후금의 군대와 3,000명의 조선 군대는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조선 군대는 전멸하였고 김응하도 적의 창에 찔려 전사한다. 그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적진으로 뛰어든 것은 몸을 살리기보다는 명분을 살리는 것이 더욱 가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응하는 자신의 본분을 다한 인물이다.

△토론1. 실리와 명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토론2. 명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

△토론3. 실리를 얻기 위한 선택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실리일까?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