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종교는 세상의 풍속에 물들지 않고 근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종교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세상을 등지고 진리를 향해 정진한다. 그러나 세상과 종교를 분리하여 대립시키지 않으려는 분들이 있다. 세상 안에 들어가 진리를 펼치려고 애쓰는 분들이 있다. 역사를 되돌아 살펴보면 자신만 깨닫고 마는 진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한 진리가 되도록 노력했던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신문자료

△강원일보 [역사 속의 강원 인물] 조국과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발자취 시로 일깨워준 큰 스승

2014년 8월21일 12면

△강원일보 [역사 속의 강원 인물] 고향의 풍경은 변했어도 옛 시인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2014년 8월21일 13면

△강원일보 [인물] 탄생 100주년 김어수 시인 문학혼 기린다

2009년10월24일 11면

김어수 시인은 1909년 한학자이신 부친 김정호와 모친 박승분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어수 시인의 부친은 을사늑약 반대 상소를 여러 차례 올려 일본제국 경찰의 감시를 받아왔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부친은 영월로 피신하였고 그곳에서 김어수 시인이 태어나게 되었다. 그 후 부친은 부산의 범어사에 들어가 그곳 일을 하시다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지게 되어 김어수는 일찍부터 혼자가 되었다.

13세에 출가하여 범어사 승려가 된 김어수는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진리를 얻기 위해 용맹정진한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음을 절실하게 인식한 김어수는 불교청년동맹회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모의하다 붙잡혀 옥살이를 했는데 그의 나이 24세 때 일이다. 장성한 김어수는 지금의 동국대학교 전신인 동양불교전문학교에 들어가 많은 인사와 교우를 나누게 된다.

1933년부터 작품을 발표하여 시작활동을 해온 김어수 시인은 당시 주요 신문과 잡지에 작품을 꾸준히 기고하여 세상과 연결고리를 견고하게 해 나간다. 드디어 25년간의 승려생활을 접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김어수는 부산중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여생을 학생 가르치는 일에 매진한다. 당시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중·고등학생들은 한결같이 그분을 아버지와 같은 분이시고 고고한 인품과 경륜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범상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조시인으로 활동한 김어수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일깨우려 했다.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길 원했고 이것이 널리 확산되기를 소망했다. 그가 종교인에서 교육자의 길과 시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혼자 진리를 깨달아 만족하는 데서 벗어나 세상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면서 바른 길을 향해 함께 걸어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그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다음은 <백두산>이라는 김어수의 시조다.

낭림산맥 뻗은 자리 무산고을 펼쳤는데/구천 척 백두산은 하늘을 바쳤구나/천지의 웅장한 모습 그저 숙연하나이다//천리 천평 박달나무 단군님이 하강하고/이 나라 처음 열어 백성에게 이를 적에/인간을 홍익 하란 말 억만년에 빛나다//북으로 만주벌판 남으로 삼천리를/압록두만 두 강물이 여기에서 갈라지고/관모봉 주춤주춤 흘러 금수강산 이루다.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일깨워 조국을 사랑하고 백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라는 간곡한 바람이 작품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김어수 시인의 정신은 그의 제자들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가고 있다.

■토론

1. 종교는 세상과 분리되어야 하는가?

2. 종교인은 세상일에 참여해서는 안 되는가?

3.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과 진리를 추구하는 일은 어떤 관계인가?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