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최후로 선택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힌다. 또한 그 피해를 복구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재정이 든다. 따라서 무력을 사용하는 최후의 방법을 취하기 전에 최선으로 시도하는 것이 외교적인 방법이다. 우리 역사 속에 외교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백성들의 피해를 막아낸 훌륭한 사건과 그것을 주도한 인물들이 있다. 우리 외교사 속에 들어있는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자.

■신문자료

△동북아 해법, 율곡 지혜서 찾다

(강원일보 2013년 8월26일자 11면)

△난국타개 비책 율곡에게 듣는다

(강원일보 2008년 6월14일자 8면)

△栗谷의 政治哲學과 21世紀 政治文化

(강원일보 2000년 6월29일자)

고대로부터 외교는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다.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조선에서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여러 국가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방민족들과의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때로는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벌하여 복속시키기도 하였다.

고려는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려 북진정책을 폈다. 또한 송나라와 외교를 펼치면서 북방민족을 위협하였다. 이에 불안을 느낀 거란이 고려를 침공하였다. 거란은 고려를 공격하다 몇 차례 패하면서 은근히 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서희(942~998년) 장군은 거란의 장군 소손녕을 만나러 나섰다. 소손녕은 고려가 자신들의 땅을 먼저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들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데 바다 건너 송나라와 가까이 지내는 것 때문에 고려를 공격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자 서희는 고려는 고구려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만약 경계를 논한다면 당신들의 수도도 고려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압록강 안팎도 고려 땅인데 여진족이 차지한 바람에 경로가 막혀 바다 건너 송나라와 가까이 지내니 당신들이 여진을 쫓아내고 우리의 옛 땅을 되찾아주면 송나라와 가까이 지낼 이유가 없다고 반론하였다. 거란은 서희의 논리를 타당하게 여겨 군대를 물러나게 했다.

16세기의 조선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낡은 집이었다. 안으로는 나라의 기강이 무너져 내리고 밖으로는 명나라가 약화되면서 여진족과 일본이 세력을 키우던 때였다. 율곡은 지식인과 관료 그리고 왕실에 이르기까지 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밖으로는 국가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방과 외교를 강조했다. 율곡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된다.

임진왜란 후 명나라와 조선의 힘이 크게 약화되었다. 그 틈을 타고 여진족은 후금을 일으켰고 명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명나라는 조선에 지원군을 요청하였다. 명나라와 후금의 역학관계를 면밀하게 살피던 광해군은 중립외교정책을 펼쳤다. 명분을 중시하던 당시에 국가를 위해 실리를 선택했던 것이다.

한편 19세기 조선은 서양 국가들의 침탈 야욕으로 위태로운 상태에 있었다. 외교를 단절하고 강경하게 대처하려는 흥선대원군에 맞서 명성황후는 강대국들의 힘을 균형 맞추면서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한 외교정책에 위협을 느낀 일제는 명성황후를 시해하기에 이른다.

훌륭한 외교는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낸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국민을 안정되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강대국 사이에서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지혜로운 외교술 덕분이다.

■토론문제

△주변국과의 관계를 외교로 해결하는 것과 전쟁으로 해결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좋은가?

△광해군의 중립외교정책은 성공적이었나?

△흥선대원군의 대처와 명성황후의 외교적 대처 중 어느 것이 지혜로운가?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