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빚어 불에 구워 만든 도자기는 인류의 오랜 도구 중의 하나였다. 도자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토양과 불을 피울 수 있는 목재 그리고 유약을 만들 수 있는 재료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자기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와 더불어 당대의 문화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도자기의 모양과 무늬는 그 시대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고 살았는지를 알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도자기는 시대의 얼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신문자료

△우유 빛깔 양구 방산자기 가마터 발굴 본격화:국립춘천박물관 칠전리서 현장설명회·발굴조사 지도 위(본보 2009년 5월28일자 17면)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인 까닭은?:이미숙 박사 `400년 전의 도자기 전쟁'(2013년 11월30일자 8면)

△영북 옹기 가마터 재조명돼야:조무호 석봉도자기미술관장(2010년 9월4일자 7면)

삼국시대 이전 선사시대에는 비교적 낮은 온도(500~600도)에서 흙을 구워 만든 토기가 생산되었다. 때로 토기의 표면에 일정한 무늬를 넣기도 하고 무늬가 없는 토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따라서 무늬의 모양에 따라 빗살무늬토기, 민무늬토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사용 용도에 따라 토기를 분류하기도 하고, 토기 표면의 색깔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이른 시기부터 우리 민족은 토기를 생산하여 일상생활에 사용했다.

삼국시대에 들어서 터널식 가마가 생기면서 1,000도 이상의 온도를 만들 수 있게 되어 도기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삼국시대를 거쳐 신라와 발해의 남북국시대에 이르면 가마를 통해 1,300도 이상으로 온도를 낼 수 있게 되고 여기에 유약을 발라 다시 굽는 기술이 중국으로부터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생산하였다. 특히 남북국시대에는 도자기의 형태와 문양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표면에 도장무늬를 넣고 그 위에 색을 내는 유약을 칠하는 유색도자기가 유행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도자기 문화가 한층 발전하였다. 삼국시대부터 중국과 교류를 하면서 황허강 유역의 북방계 청자기술과 중국 남부 항저우만 연안의 남방계 청자기술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삼국 시대와 남북국시대를 지나면서 발전된 도자기 기술은 고려의 불교 문화와 결합되면서 새로운 모습의 도자기로 꽃피게 된다. 유입된 중국의 도자기 기술이 우리 문화와 결합하여 고유한 빛깔과 문양으로 나타난 것이 고려청자다.

고려시대에는 삼국시대부터 전수되어온 다양한 도자기와 새로 발전된 청자 등 많은 종류의 도자기가 활발하게 생산되었다. 12세기에 접어들면 순청자시대가 물러나고 상감청자의 기법이 개발되면서 그 양상이 급변하였다. 상감은 고려인 스스로가 착안한 독창적인 문양기법이다. 이 기법은 거의 1세기 동안 전성시대를 이루었다. 1231년 몽골의 침입 이후 고려가 원나라의 영향하에 있으면서 고려청자는 색과 선을 잃고, 대신 실용성과 안정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청자의 유연한 곡선은 단조롭고 둔해졌다. 무늬가 단순해지면서 섬세하던 상감무늬는 도장무늬로 변하였다. 조선 전기에는 300개가 넘는 도기와 자기 가마에서 다양한 도자기가 생산되어 생활 전반에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인해 도자기 가마도 타격을 입게 되고 뛰어난 도공들이 일본으로 납치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수난의 시기를 지나면서 색이 절제되고 소박하면서 후덕한 순백의 자기를 탄생시켰는데, 그것이 조선 백자다. 일제강점기에서 우리의 도자기는 또다시 변화를 겪는다. 형태는 평범해지고 기교도 사라진 거친 도자기로 변하였다. 그러나 이 시대의 평범한 수준의 도자기는 조선시대와 현대 도자기를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토론문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독특성은 무엇인가?

△예술 도자기와 생활 도자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해외로 유출된 우리 도자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