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달이면 전국의 시험장에서 국가주도의 표준화된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CSAT))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보는 시험이다. 대학입시 위주로 파행 운영되는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단순 암기력 테스트였던 학력고사를 사고력 평가로 대체함으로써 대학교육 적격자를 선발하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능은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애초의 취지와 다르게 대학입시만을 위한 `학력고사'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수능을 애초의 취지에 맞게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알아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보다는 학생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주는 절대평가와 이에 따른 등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절대평가 이후 추가로 도입되어야 하는 대학별 고사 등을 고려할 때 입시지옥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 대학입시제도로 어느덧 자리 잡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지금처럼 상대평가로 시행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절대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공교육의 정상화를 꾀해야 할지 모둠을 나누어 토론해 보기를 권한다.

<찬성>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와 등급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수능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수시모집 기회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반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와 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이는 대입 지원과 선발을 어렵게 하고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관련기사

1. 강원일보 2015년 11월11일자 7면

10월26일자 7면, 10월28일자 7면

2. 강원일보 2015년 10월13일자 4면, 11월4일자 4면

대학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공신력으로 치러지는 표준화된 시험인 수능 점수를 사용하여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권위와 공신력은 물론이요, 선발에 드는 비용까지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선발된 학생 모두가 과연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춘 학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대학에서의 공부는 논리적 사고력, 독서능력, 글쓰기 능력, 종합력, 과제집중력, 타인과의 공감능력 등 보다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필평가로 5지선다형으로만 치러지는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의 잘 배우고 익혔는지를 묻는 시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에서는 수능 점수를 필수로 반영하고 있어 수능 없이 대학에 입학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학교 현장의 고3 교실에서는 EBS 교재를 사용하여 수능을 대비하는 수업이 대세가 되고 말았다. 어찌 수능을 무시할 수 있으랴마는 왠지 교육이라는 말과는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할 경우 수능 최초 설계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잘 이수하였는지를 묻는 시험으로 단순 지식보다는 사고력을 묻는 시험이 될 것이며, 성적순에 따라 한 줄 세우기를 하기보다는 일정 정도의 학력을 지녔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이 될 것이기에 평상시의 충실한 수업과 독서교육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수능을 절대평가로 할 경우 대학입시는 보다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대학별 고사와 논·구술시험 등 과거의 사교육 열풍과 입시지옥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 대학입시와 관련한 모든 사항은 곧 학교현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끊임없는 평가와 반성을 통해 바람직한 수능의 모습과 대입제도를 만들어 가야겠다.

■학생 NIE 과제 : 수능의 시행 취지와 현재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봅시다. 또, 수능 점수 체계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방법과 장단점을 조사하고, 현재 상대평가제인 수능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찬반토론을 해봅시다.

안상훈 강일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