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의 여름방학, 어느 중앙 일간지가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NIE 연수를 개설했다. 희망하는 많은 교사가 선착순에 밀려 연수를 못 받을 정도로 호응이 컸다. 우리나라에서의 NIE 교육의 본격적 시작이었다.


당시 많은 이가 신문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도처에 수많은 정제된 읽을거리가 산적해 있는데 신문을 학습 자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 사설이나 칼럼 등 극히 일부를 글쓰기 자료로 활용한다 해도 더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많으니, 굳이 신문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 NIE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사의 얕은 상술이라는 비난이었다.


그러나 이는 학습을 실생활과 유리시키거나 정해진 서적(교과서와 참고서)만을 습득하는 행위로 보는 지극히 편협된 근시안적 사고에서 비롯된 오판이었다.


요즈음 공부를 교과서와 참고서만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학습을 `인간 삶의 총체를 배우는 행위'라는 열린 관점이 아니라 `시험 성적을 향상시키는 행위'라는 극히 좁은 관점으로 규정한다 해도, 생활과 밀착해 이루어지는 학습이 생활에 동떨어진 학습보다 이해와 습득과 기억(파지)과 적용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모르면 그야말로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다.


“지식-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지혜-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표준국어대사전)”. 우리가 무심코 거의 동일한 의미로 생각하는 이 두 어휘는 이렇게 명백히 다르다. `지식'은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즉 `보유하는 것'이고, 지혜는 `깨닫고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즉 `활용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지혜(깨닫고 처리하는 능력)을 생성하는 씨앗이 지식(사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식'으로 `지혜'를 생산하여 삶(시험)에 활용한다. 그러나 지식이 많아도 지혜롭지 못한 사람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지식이 익어서 지혜가 되는 과정에 `그 무엇'이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에는 지혜를 잘 생산해내는 지식과 그렇지 못한 지식이 있다. 이른바 `산 지식'과 `죽은 지식'이다. 지혜 생산성으로 볼 때 `산 지식'과 `죽은 지식'은 그 값어치가 완전히 다르다. 삶(시험)의 성과는 학습 내용을 `지식'에 머물게 하는가, `지혜'로 재생산해 내는가에 따라 판가름된다. 지혜로 꽃피우지 않은 지식으로는 `삶 잘하기'는 물론 `공부 잘하기'도 이룰 수 없다.


`신문을 활용하는 교육'은 `지식'을 얻는 자료로 신문을 활용한다는 뜻이며, 그 지식은 `산 지식'이다. 나는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산 지식의 집적체로 신문보다 더 좋은 것을 알지 못한다. 신문은 매우 요긴한 학습 자료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