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미디어는 유혹적인 데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미디어 광팬도 나오고, 중독자도 나온다. 책은 독서광과 책벌레를 낳았고, 텔레비전은 수많은 스타와 팬, 그리고 시청 중독자를 만들었다. 인터넷도 광범위한 애용자를 양산했는가 하면 중독자 역시 낳았다. 모바일폰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동안의 매체를 통합하고 융합한 미디어 형태인 스마트폰의 유혹은 너무도 대단하여 인류를 모두 팬들로 만들어 버리는 집단 중독에 빠뜨리고 있다.


사람들은 길거리, 식당, 지하철, 도서관, 심지어 화장실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처럼 스마트폰에 푹 빠져 깨어날 줄을 모른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스마트해지는 것일까? 미국의 미디어 학자인 로더릭 하트는 저서 `미국을 유혹하다 (Seducing America)'에서 텔레비전이 유권자들을 어떻게 현혹시키는지를 갈파하고 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에서 정치인이나 정당의 움직임을 그저 시청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투표 참여를 하지 않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빠져든 사람일수록 스마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카톡이나 게임 등 소모적인 행위를 하고도 스마트한 일을 한 것처럼 착각한다. 스마트폰의 현란하고 유혹적인 기능들은 사람의 정서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은 자신의 산만해진 정서를 자각할 정도로 스마트하지 못하다.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 동료교수는 강의 시간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학생들이 신문이나 책을 읽도록 한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의외로 종이신문이나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폰 이용의 부작용을 연구한 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동일한 텍스트를 읽더라도 종이책이 아닌 컴퓨터 화면으로 읽으면 기억이나 성찰 능력이 떨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랑, 정의, 배려, 경청, 관용, 도덕과 같은 가치를 성찰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스마트폰에서 찾기 어렵다. 신문과 책을 많이 읽은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만들었는데, 스마트폰 이용자는 신문과 책 읽기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